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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12 동방사상과 결합한 보고밀파 카타리파 by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1
- 2023.12.11 이건 기업 비밀인데 1
- 2023.12.11 유럽인들이 울 고려를 뭐라고 불렀을까~? 1
- 2023.12.10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 2
- 2023.12.10 달지가 지향하는 부분
- 2023.12.09 무슨 일 있어요..? 1
글
동방사상과 결합한 보고밀파 카타리파 by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https://cafe.naver.com/purifymoon/3997
https://cafe.naver.com/purifymoon/1452
https://cafe.naver.com/purifymoon/1128
동방사상과 결합한 보고밀파 카타리파
르네상스가 반기독교적인 활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예술 분야나 이탈리아 꼬무네 등의 활동에서 드러나듯 그간 강조되어온 헤브라이즘적인 가치에 대해 그레코로만의 헬레니즘적인 가치를 확대하는 것은 르네상스 전반에서 중요한 명제였다. 유럽이 1000여 년간 가톨릭의 철저한 지배하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헬레니즘적인 성향이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었다. 특히 르네상스의 시발점이 되었던 북부 이탈리아 지역은 더욱 그런데, 르네상스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특수한 역사적 종교적 상황을 좀더 살펴보아야 한다.
10세기경 유럽 기독교계의 상황을 보자.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서기 395년 로마제국이 동과 서로 분할되는 즈음에 교회도 양쪽으로 나뉘게 되었다. 서유럽 전역에서는 바티칸으로 대변되는 로마 가톨릭이 발달한 반면, 그리스, 발칸반도 지역과 동유럽, 러시아 등에서는 콘스탄티노플의 비잔티움 제국을 바탕으로 그리스 정교, 즉 동방정교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 두 교회는 세세한 부분에 차이가 있지만 제국의 분열 전후 로마에서 정리한 주요 종교회의 결정사항을 준수하고 삼위일체 등 기독교의 핵심적인 틀을 공유하고 있다. 서로 간에 반목이나 견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비잔티움 제국은 동쪽의 이교도의 세력으로부터 기독교 세계를 지켜나가는 전위로 15세기 중반 멸망할 때까지 특별한 의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헬레니즘과 아시아적 전통의 영향력이 다분한 이 지역에는 아무래도 옛날부터 전해오는 민간신앙과 동방의 사상이 기독교와 연관을 주고받으며 득세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로마제국 말기부터 중세 초기, 즉 첫 밀레니엄의 중후반기에 이 지역에서 맹위를 떨쳤던 마니교를 꼽을 수 있다.
3세기에 마니가 창안한 마니교는 고대 페르시아, 지금의 이란에서 융성했던 조로아스터교에 기독교 및 불교의 요소가 섞인 것이 특징이다. 원래 조로아스터교 사제였다고도 알려진 마니가 이후 종교분쟁으로 화형을 당하게 되는 만큼 마니교는 조로아스터교의 이단으로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니교는 이후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에까지 진출하지만 10세기경 유럽 지역에서는 그 자체로의 세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때를 전후로 마니교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 두 기독교 이단종파가가 그리스 정교의 동유럽과 로마 가톨릭의 서유럽에 동시에 출현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여름>에도 등장하는 보고밀파와 카타리파다.
※ 이해를 돕기 위해 이단 종파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는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보는 관점일 뿐이다.
보고밀파는 그리스 정교의 중심 지역인 콘스탄티노플을 비롯해 지금의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등 발칸 지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고 있었으며 카타리파는 이탈리아 북부와 에스파냐 동부, 프랑스 남부에 걸친 서유럽의 너른 영역에서 여러 도시의 행정과 사회체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은 한때 로마 가톨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자치구로까지 발전했고, 이렇게 10세기부터 13세기경까지 이들 종파는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며 광범위한 지역에서 로마 가톨릭 및 정교회와 대립하게 되었다.
보고밀파와 카타리파의 교리나 체제는 쌍둥이라고 불러도 좋은 만큼 비슷하다. 학자들에 따르면 마니교와 초기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동쪽에서 먼저 발전한 보고밀파의 전도사들이 이후 카타리파의 성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들 교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정통 기독교와 달리 세상을 선신과 악신이라는 두 대등한 존재가 다스리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점이다. 선신은 영의 세계의 주인인 데 반해 악신은 물질세계를 창조하고 지배하고 있으며 두 신의 힘은 동등하여 서로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보고밀파와 카타리파는 이런 논리로만이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재해와 질병, 그리고 선한 신의 활동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고통의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모든 물질계는 악신이 지배하고 있고, 물질계 자체가 악신의 필요로 만든 것인 만큼 본질적으로 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들은 구약성서의 야훼, 즉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요구한 신, 모세에게 십계명을 전해준 신을 악신으로 규정했다. 구약성서의 신을 유일신이자 절대신으로 보는 정통 기독교와는 정면으로 대립하는 시각이다.
기독교의 전부라도고 할 예수와 그의 핵심적인 행적인 부활 등을 바라보는 보고밀파와 카타리파의 관점은 더 독특하다. 물질세계가 악신에 의해 창조된 것인 만큼 선한 신의 화신인 예수는 육신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예수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영 그 자체 였고 단지 육신이 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육신이 없었으니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그에 이은 부활도 의미가 없고, 이는 모두 인간을 가르치기 위한 일종의 드라마로 연출된 것이다. 또 최후의 심판도 없고 그에 앞서 죽은 자가 육신을 되찾는 일은 더욱 벌어지지 않는데, 선신에게로 복귀해야 할 인간의 영이 악의 산물인 물질, 즉 육체를 필요로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불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그들은 육체를 벗기 위해 모진 애를 썼는데 그 이유는 악신이 만든 이 현실세상이 바로 지옥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충분한 수양과 선행을 통해 영혼을 정화함으로써 죽은 후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고 순수한 영의 형태로 선한 신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이는 불교의 윤회사상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인데, 성직자와 수도승에게 살생과 육식, 성관계 및 재산 소유를 철저히 금하는 점이나 일반 신도에게는 이런 계율이 강요되지 않는 것도 불교와 비슷하다.
이런 보고밀과 카타리에게 구약성서의 야훼를 신봉하며 지상에서 권력과 사치를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후의 심판 날에조차 육신을 벗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로마 가톨릭과 콘스탄티노플의 정교회는 간교한 악신에 의해 인간을 지상에 묶어놓기 위해 이용되는 악마의 앞잡이 그 자체였다. 이 정도 되면 주류 교단의 입장에서는 이단도 보통 이단이 아니다.
그럼에도 보고밀파와 카티라파가 스스로를 정통 기독교라고 여기는 데는 나름대로의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그것은 그노시스파, 즉 초기 영지주의 기독교적인 사고방식을 그대로 빌려왔기 때문이다. 그노시즘은 로마제국에서 기독교를 공인하던 4세기경까지 다른 여러 종파와 함께 번성하던 기독교의 한 갈래였다.
※ 그노시스는 고대 희랍에서부터 쓰던 표현으로 '영적인 지식'을 의미한다. 이후 로마의 그노시스파 기독교에서 신비주의적인 색채가 보다 많이 가미되었고 지중해 주변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상으로 발전했다. 그 영향은 뉴에이지 등 현대 신비주의에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기독교에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 공인을 위해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교리의 틀을 잡는 과정에서 당시에 유행하던 서로 다른 신앙 형태들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는 없었고 결국 그노시스파는 이단으로 배척되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삼위일체와 최후의 심판 등의 교리는 이때 종교회의를 거쳐 로마제국이 공인한 기독교로 배타적인 권위를 갖게 되었다. 이후 그노시즘은 기독교 세계에서 탄압 퇴출되었는데 70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고밀과 카타리파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게 되었던 것이다.
선신과 악신의 이원론은 기독교나 유대교의 전통이 아닌 아시아 계통의 사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로아스터교와 마니교가 공히 서로 다른 신에 의해 지배되느 정신계와 물질계를 그리고 있었고, 메소포타미아와 인도 등 오래된 동방문명의 사상들도 유일신의 사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런 수천 년된 사상적 전통은 중세의 유일신 도그마의 힘과 권위에 눌려 있을지언정 완전히 소멸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보고밀과 카타리파 및 그들이 10세기부터13세기경까지 다스리던 지역, 즉 발칸 일원과 남프랑스, 북이탈리아 지역의 분위기는 로마 가톨릭이 지배하던 곳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은 전도에 열정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종교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슬림 및 이교도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왕래하며 문화 및 경제생활을 공유할 수 있었다. 또 물질과 육신을 악으로 보았기 때문에 성직자들이 사치나 방탕, 타락을 일삼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고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는 철저한 무소유의 경건한 삶을 살았다.
이런 이유로 무시무시한 독신과 이단이 횡행해야 할 보고밀과 카타리의 지역들은 오히려 여타 유럽에 비해 훨씬 자유스럽고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았으며, 성직자 계급의 모범적인 삶을 통해 신뢰와 존경이 유지되는, 중세 속의 이례적인 사회상을 연출하게 되었다. 일반 신도들은 고기와 술을 먹고 자녀를 낳았지만 원칙적으로 부의 축적이 영혼의 해방에서 멀어지는 일이라는 관념 때문에 물욕보다는 선한 행동과 수양이 중요시되는 생활습관이 전체적으로 퍼졌다.
※ 이는 예수의 직접적인 가르침이기도 한데, 현실에서 이 부분을 희석, 합리화하기 위해 유럽과 서구,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가 들인 이론적인 노력은 중세 교황청에서부터 종교지도자 칼뱅, 막스 베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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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건 기업 비밀인데
이건 기업 비밀인데 사쿠라기 씨한테는 마법의 비법을 공개해볼까?
나 오늘 분홍색 니트 입고 있었지?
실은 그거 원래는 흰색 입으려고 했어.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봤더니
목 부분에 간장 얼룩이 묻어 있어서 급하게 변경한거야.
부리나케 대신 입을걸 찾느라
아침 밥상을 치울 시간도 없어서 방이 엉망이야.
귀찮으면 점심은 가끔 컵라면으로 때우고,
밤늦게 퇴근하면 옷도 그냥 팽개치고 자.
사실 난 별로 특별한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현실에 짓눌려서
더 이상 옛날에 동경하던 꿈을 꾸지 못하고
마법을 포기해버리는 그런 때에
아름답게 존재한다는 건 참 좋은 거구나,
좀 더 노력해봐야지,
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일상 속에서 작은 발돋움을 돕는 것.
그게 내 일이야.
- 주식회사 마지루미에 16화 -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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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럽인들이 울 고려를 뭐라고 불렀을까~?
중세 유럽과 지중해 역사가 주전공인 남종국 박사가 말한 것......
당시 유럽 사람들은 고려를 코레아가 아니라 카울리(또는 카울레)로 불렀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코레아라는 명칭은 16세기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요걸보고 검색검색해보니~
프랑스인 선교사 뤼브루크의 여행기에는 "중국 동쪽에 ‘카울레Caule’라는 나라가 있다"라고 적혀있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카울리Cauly라고 적혀있다고.......
고려의 중국어 발음이 까우리라는데
흐응~
싱기방기
네중사 검색해보니 까우리 맞네용ㅋ
https://zh.dict.naver.com/#/entry/zhko/c56fc9022594497b9284ee109cedad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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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
책에서 달지 기준 중요하다고 보는 부분만 뽑았어용~
중세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쌓여가는 소리 들리지 않나요ㅎ
아리스토텔레스를 금하라
한때 세계사 교과서에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켰다는, 관행적으로 사용한 표현이 있었다. 여기서 신앙은 기독교를, 이성은 아리스토텔레스로 다변되는 고대 그리스철학과 학문을 상징한다. 조금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중세 기독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학문을 신앙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1000년 넘게 배제했다. 그러다가 12~13세기 유럽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을 배우자는 욕구가 다시 일어났다. 13세기 후반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으로도 신의 오묘한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 기독교 신앙과 고대 그리스철학의 이성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다.
1270년 파리 주교 에티엔 탕피에는 급진주의적 아리스토텔레스 추종자들의 13가지 명제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1277년에는 이 금지 목록을 219개로 확대했다. 1277년 금지령은 약 50년간 지속되다가, 1325년 파리 주교가 아퀴나스의 가르침을 언급했다고 내린 파문을 무효화하고, "이후로 유리는 이 항목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대신 그것들을 자유로운 학문적 논의에 맡긴다."라고 선언함으로써 폐지되었다.
12~13세기 유럽에서 배우고자 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은 이슬람 세계로부터 수입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대 그리스철학을 배재했던 중세 유럽 기독교 세계와는 달리 이슬람 세계는 고대 그리스의 지적 유산을 적극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이같이 중세 이슬람 세계가 한층 발전시킨 고대 그리스철학과 학문의 유산이 12세기 유럽 기독교 세계로 역수입된 것이다.
강한 저항과 반대가 있었지만 12세기 이후 기독교 세계는 이슬람 등 외부 세계로부터 많은 것을 수용하여 발전시켰고, 반면 15~16세기 이슬람 세계는 아바스왕조 시절과는 달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했다.
중세 유럽인들의 이상한 뼈 사랑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한 관행 중 하나는 남다른 뼈 사랑이다. 당시 사람들은 수많은 성인을 만들어 냈고 그들의 유해 즉 성인의 뼈를 숭배했다. 그레고리우스 대교황은 이교 신전을 개축해 만든 새 교회에 성 유골을 안치할 것을 명했다. 프랑크왕국의 카롤루스 대제는 모든 서약은 교회 안에서나 성 유골에 해야 한다은 칙령을 반포했다.
이처럼 중세 기독교인들이 뼈에 집착한 것은 성인의 유해가 기적을 행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교회 입장에서 성 유골은 재정 수입원이었다. 신앙심 깊은 신자들은 성 유골을 보유하고 있는 교회와 수도원에 아낌없이 기부를 했다. 10세기에는 건축비를 조당하기 위해 성 유골을 들고 지역을 순례하는 관행까지 등장했다. 중세 후반에는 성 유골을 순례하고 참배하는 사람들에게 면벌부를 부여했다.
잠자리까지 통제한 사회
유럽 역사에서 성을 특히 더 억압했던 시대는 중세였다. 중세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음욕은 구원받지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7죄 중 하나였고, 성욕은 다연스러운 생리적 욕구가 아니라 철저하게 단죄해야 할 육체적 죄악이었다. 중세 교회가 성을 억압하는 태도를 고수한 핵심 이유는 성행위가 원죄의 결과라는 인식 깨문이었다. 기독교 초기 교부들은 이러한 개념을 체계화시켰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성행위를 통해 원죄가 전달된다고 주장했다.
중세 의학 또한 성행위가 건강에 해롭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성 억압에 동참했다. 이런 상황에서 11~13세기 성행위가 건강유지에 좋다고 이야기하는 이슬람 의학서가 라틴어로 번역돼 기독교 사회에 소개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잠자리는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교회가 통제해야 할 대상이었다. 교회는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날과 방식까지 규제했다. 7세기 축제일이 273일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중세 부부에게 허용된 평균 성행위 횟수는 일주일에 한 번 꼴도 되지 않았다.
중세 교회가 신도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혹독하게 단죄하고자 했던 것이 성윤리였다.
불임은 악마의 계략
중세 유럽 기독교는 불임을 의학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신의 저주, 원죄의 결과, 악마의 소행이라는 종교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비난했다. 구약에서 단 한 번 불임을 처벌의 의미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세 교회는 불임이 원죄에 대한 처벌이라고 가르쳤다. 예를 들어, 토마스 아퀴나스는 불임을 사악한 죄악으로 묘사했으며, 신의 형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성한 결혼 생활을 위반한 결과가 불임이라고 생각했으며, 신성모독이나 간통과 같은 행위가 불임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이처럼 교황, 성직자, 신학자, 설교자 들이 불임을 악마의 계략이라고 설파하는데 중세 유럽 일반 기독교인들이 자신들보다 학식과 지위가 높은 이들의 설명을 믿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게다가 임신과 불임이 어떤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 개인적인 불행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악마의 계략이라는 초자연적 존재의 탓으로 돌리는 것니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티니 부부의 불이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연구 초기에 예단했던 것과는 달리 불임을 바라보는 중세 말 유럽 기독교인들의 인식이 상당히 다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악마의 소행이라는 종교적 사고부터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의학적 해석까지 여러 생각들이 혼재했다. 그렇다고 이러한 방법들이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다티니 부부의 불임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중 하나는 이들을 포함한 당시 이탈리아 도시민들이 불임을 신의 저주나 원죄의 결과, 악마의 소행이라는 비합리적이면서 종교적인 믿음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중세 말 이탈리아 도시의 의학 덕분이었을 것이더. 물론 오늘날 의학과 비교하면 당시 의학 수준은 매우 낮았지만, 어쨌든 피렌체와 같은 이탈리아 도시 거주민들은 당시 유럽 최고 수준의 의사에게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었고, 그러한 환경 덕분에 기초 의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불임를 좀 더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기적을 행하는 왕
서양 중세 사회는 어둠만이 아니라 빛도 있었다는 해석은 19세기 이후 나타났다.
중세 사회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중 하나는 프랑스와 영국의 왕들이 연주창 환자를 손으로 만져서 치료할 수 있다는 집단적 믿음이다. 프랑스의 카페왕조는 11세기부터, 영국의 노르만 왕조는 12세기부터 이 기적의 치료를 시행했다. 사실 왕이 기적의 치료를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치료되었다고 믿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치료가 되면 왕의 치료 덕분이고, 그렇지 않으면 환자의 신앙심이 부적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기준에서 보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나 행할 법한 말도 안되는 이 행사에 사람글이 몰려들었다.
기도하는 자, 싸우는 자, 일하는 자
실제로 기독교는 불평등한 신분제도와 이데올로기를 오랫동안 고수했다. 바울과 아우구스티누스는 노예제의 부당함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대신 스토아철학자들처럼 노예들에게 자신의 도덕적 자유를 발휘해 노예 상태라는 역경을 극복하라고 촉구했다.
11세기 성직자들은 '세 위계'라 불리게 되는 불평등한 신분제도를 공식화했다. 불평등한 신분 이데올로기를 만든 이와 같은 성직자들에 따르면 태초부터 인류는 기도하는 자들, 싸우는 자들, 경작하는 자들 이엏게 세 부류로 나누어져 있었고, 이러한 구분은 단순한 기능에 따른 분류를 넘어서 하나의 위계를 형성하고 신분 질서는 신이 만든 질서이기에 이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자들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대역죄인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 위계는 성직자와 기사 신분이 갖는 특권적 권리와 지위를 정당화하고, 평민의 절대 복종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세 성직자들과 신학자들이 만들어낸 세 위계는 교리의 가장 중요한 원천인 성서에 근거하지 않았다.
바야돌리드 논쟁
당시 유럽 기독교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자신들과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18세기 미국을 건국한 초기 유럽 출신 백인들은 사이비 인류학을 이용해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인을 열등한 인간으로 취급했다.
멈추지 않는 마녀사냥
1486냔에 출간된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는, 1600년까지 28판을 찍을 정도로 당대의 베스트셀러로 성공했고, 16~17세기 마녀사냥을 위한 중요한 안내서 역할을 했다. 이 책이 성공할 수 있게 뒷받침해 준 큰 공로자는 교황이었다.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들의 마녀사냥 활동을 방해하는 자들을 파문하겠다는 칙서를 내림으로서 이 책이 교회의 공식 입장과 교리임을 천명했다. 퀄른대학교 신학과 교수들의 승인서 역시 이 책의 권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믿고 무고한 이웃을 고발한 대중들이 없었다면 근대 초 마녀사냥 광풍은 불지 않았을 것이다. 대중들로 하여금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로 고발하게 만든 유혹 가운데 하나는 밀고의 대가로 받는 금전적 보상이었다. 하지만 마녀사냥의 책임을 그들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들은 만성적인 기근과 그로 인한 기어, 봉건 영주들의 착취, 전염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식을 독점한 교회와 성직자 들의 설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소수자와 소수 집단은 어떤 국가와 시대에서든 존재했다. 로마제국 초기에 기독교인들은 소수 집단이엇다. 로마인들은 기독교도들이 기괴하고 잔혹하며 반사회적인 의식을 벌인다고 비난햇다. 3세기 초의 한 기록은 기독교인들에 대한 로마인들의 악의적인 비방을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기독교인들은 가장 천한 동물인 당나귀의 머리를 신성시하고 숭재한다. 신참자들의 입교 의식 이야기는 잘 알려진 것처럼 역겹기도 하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 입교자들을 속이기 위해서 갓난아기를 반죽에 씨서 성스러운 의식에 임하는 사람의 옆에 놓는다. 새로 입교한 사람은 반죽 표면을 세게 내려치도록 부추겨진다. 죄 없는 행위로 보이지만 이렇게 해서 갓난아기는 살해되고 만다. 이런 잔학한 행위를! 그들은 그 피를 덥석받아 마시고 사지를 찢어발긴다."
이러한 황당한 이야기는 아마 포도주와 밀전병을 먹음으로서 예수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받아 마신다는 성찬식에 대한 오해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비밀리에 예배를 보고 공동 식사를 하며 서로를 형제, 자매라고 부르는 관행을 모여서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역사를 위조하려는 자들
중세 유럽은 '위조의 시대'였다. 당시의 위조문서는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방대했다. 실제로 프랑스 고대 왕조인 메로베우수 시기에 작성된 문서의 반이 위조문서였다. 문서를 위조한 사람은 주로 성직자들이었고, 이들은 위조를 부끄럽게 생각하기는커녕 오히려 신의 뜻을 따랐기에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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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달지가 지향하는 부분
유용한 지식은 독점하지 않고 다 같이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유한 지식에서 새로운 발명이 생기고
그 계승과 축적의 사이클이 인류를 보다 좋은 발전으로 이룰 것이다-고
- 이세계 약국 6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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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무슨 일 있어요..?
요시노... 무슨 일 있어요..?
뭐가? 아무 일 없는데?
왜 자꾸 나오군에게 차갑게 대하지~~~?
.........읏
나오군에게 이런 기분을 가져 버리다니..
다녀왔습니다.
...어서와...
우아아 또...!
- 메리지 그레이 17화 -
사람 맘은 요로꼬롬 겉과 속이 많이 다르게 표현하기도 해용ㅎㅎ
근데~
괴팍 괴랄 괴별 괴이 괴착 괴패 괴학 괴배 괴란 괴격 괴각
한 달지의 기본 포지션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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