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헤스티아 여신의 화로 안에 있는 영원의 불꽃

Realize 2021. 6. 16. 23:17

"모든 사물에 대해 경의를 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저도 생각해요. 경의란 곧 소흘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대상에는 분명 자기 자신도 포함될 거예요."

"어.....? 자신에게 경의.....?"

하루유키가 호우에게서 시선을 돌려 곁에 선 소녀를 바라보았다.

"자기 자신은....... 아니지 않을까......? 왜냐면 그건 자아도취라든가..... 나, 나르시시즘이라든가, 그런거 아니야.....?"

자기자신에게 경의는 고사하고 거울로 보는 것도 솔직히 질색인 하루유키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타이는 조용히 미소를 지은채 살짝 간격을 두고 손가락을 놀렸다.

"정도가 지나치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자신을 소흘히 하는건 자신이 이제까지 걸어왔던 길, 보냈던 시간, 함께 했던 사람들마저도 업신여기는 행위라고 저는 생각해요. 아리타 선배에게도 분명, 아무리 물을 끼얹어도 바람이 불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꽃이 있을 거예요."

소녀는 오른손을 가만히 뻗더니 하루유키의 가슴 한가운데 - 심장 바로 위에 정확히 가져갔다.

"그 불꽃은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 죄나 잘못마저도 땔감으로 삼아 타오르고 있지요. 인간의 의식, 생각이란 끊임없이 파고들어 보면 뉴런의 발화...... 한순간이자 영원이기도 한 그 불꽃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본질, 다른 이와 자신에 대한 경의를 잊지 않고 불꽃을 제대로 태워야 비로소 걸어가야 할 길도 비춰주는 거라고, 저는 믿고 있어요."

시노미야 우타이는 난해하면서도 긴 텍스트를 홀로그램 키보드도 보지 않고 왼손 하나만으로 타이핑했다. 그동안 심홍색 불꽃을 감춘 눈동자는 줄곧 하루유키의 눈에 고정되어 있었다. 가슴에 닿은 조그만 손바닥에서 분명히 모종의 에너지가 - 어쩌면 진짜 불꽃이 솟아나 자신의 심장으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내 불꽃...... 내가 걸어가야 할 길......."

혈관에 깃든 열이 온몸을 휩쓸고, 이윽고 등으로 - 두 견갑골로 모여들었다.

현실의 하루유키에게는 물론 날개가 없다. 뿐만 아니라 몸은 둥글고 키도 작으며, 신체능력은 체육수업 때 조금 뛰었다고 쓰러질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마음속에 소소한 불꽃을 태워 앞길을 비추고, 발을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 뒤를 향해 비척비척 달리는 것이 아니라 - 앞으로. 앞으로. 모든 것은 이미지의 문제다. 이 현실세계에서 발을 앞으로 움직이는 이미지를 품을 수 있다면 분명 가속세계에서는 그 보폭은 몇 배, 몇십 배가 될 것이다.

"......나의 이미지....... 나의 심의."

가만히 중얼거린 다음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하루유키는 완전히 바뀐 또렷한 어조로 말했다.

"고마워, 시노미야. 어쩐지 계속 고민했던 것에 해답을 찾은 것 같아."

그러자 우타이는 하루유키의 가슴에서 오른손을 가만히 떼고 입술 틈으로 진주알처럼 빛나는 이를 드러내며, 드물게도 명쾌한 웃음을 보였다.

- 액셀월드 8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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