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악에 대한 탐구 by 타락천사 사전
타락천사 사전p18
에 있는 내용으로~
사실 이 책의 제일 중요한 부분이에용ㅋ
악에 대한 탐구 - 각각의 조각으로 흩어진 타락천사
중앙아시아에서 전해지는 불교 전설 중에는 몇 사람이 제각각 손바닥으로 거대한 인도 코끼리를 여기저기 어루만지며 각자가 만진 손의 촉감만 믿고 두꺼운 그물 같은 동물이다, 큰 북과 같은 동물이다라며 코끼리의 모습에 대해 평론했다고 하는 옛이야기가 있다. 물론 그렇게 세세하고 단편적인 정보를 조합해 본들 코끼리라는 거대한 생물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파악할 수는 없다.
이 옛이야기는 인간이 제한된 오감과 지식에 기초해 거대한 진리를 인식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전체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나타낸다.
타락천사나 악마라 불리는 존재와 마주할 때 모든 인간은 그야말로 위와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타락천사의 근본적인 출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신, 구약성경이다. 그러나 성경에는 단편적으로만 기록되어 있으므로 타락천사에 대해 언급되는 모든 부분을 발췌해 나열해보아도 그 전모를 파악하기엔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
원래 천사나 악마(=타락천사)라는 존재의 대부분은 자연현상을 의인화한 알기 쉬운 신화적인 인격(캐릭터)이 아니었다. 이들은 그 본질에 연결된 히브리어나 그 존재가 빗대어지는 이방신의 이름을 이용하는 형태로 경전 속에 기재되어 어떠한 가르침을 줄 목적으로 제시되는 의인화된 개념이었다.
물론 성경과 그 주변 문헌에 언급되고 있는 유대교도, 기독교도 시점에서 이교도가 숭배한 다곤, 바알, 아스타로트 등의 신들도 역시 신을 배반한 타락천사화되었으며 대개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념과 연결되었다.
이렇나 이유로 그들은 사탄 항목에서 다루는 낙원의 뱀 같이 성경에 기록된 약간의 공통된 상징을 제외하고 발언자나 집필자에 따라 매번 기존의 설정을 계승하지 않고 무에서부터 다시 이야기되는 편의상의 존재가 되었고 결코 '선한 신, 악한 신'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그리스 신화의 경우 신통기(신들의 계보)를 저술한 헤시오도스 같은 인물이 나타나 제우스를 최고신으로 하는 올림포스 산의 신들을 철저하게 개별적인 인격으로 체계화하였으나 유대교와 기독교의 경우는 그렇게 되기 힘든 사정이 있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신과 야훼를 유일한 절대신으로 신봉하는 이러한 종교는 우상 숭배를 강하게 금지하고 있어 신조차 YHVH라는 기호 같은 이름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생각은 천사나 악마의 이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다신교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 그들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일은 기피되었 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서 신과 함께 살다가 신이 데려가서 사라졌다라는 정체불명의 기록에서 볼 수 있는 에녹은 신에 의해 살아서 천국으로 인도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러한 그의 저서인 에녹서는 천계와 그곳에 사는 천사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한 문서였는데, 초기시대에는 구약성경 정경에 포함되었으나 일부 교회에서 천사 숭배가 확산됨에 따라 우상 숭배를 조장한다고 하여 위경이 되었다. 기독교에서는 천사나 타락천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위험시되기도 한다.
● 타락천사에 얽힌 유구한 역사
타락천사라는 존재를 파악하려면 관련된 역사를 알아야 한다. 타락천사가 문장이나 회화, 조각 등에 공공연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1세기부터 시작된 로마네스크 시대에 들어오고 나서였다. 그 이전 시대에는 신학자나 스콜라 철학자, 신비주의자가 남긴 문헌을 중심으로 위에서 언급한 천사 신앙의 자취와 같은 형태로써 민중 사이에서 쓰여진 주문서나 마을 축제에서 펼쳐지는 성경을 패러디한 오락 요소가 강한 전례극에서 가끔 타락천사를 볼 수 있는 정도였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기독교의 상황이었으며, 유대교 세계에서는 아자젤이나 사마엘 등의 타락천사, 악천사 등이 제2 경전인 탈무드나 민간전승 속에 숨 쉬고 있었다. 유대교의 독자적인 천사들은 카발라 문헌 등을 통해서 중세 말기, 근세의 기독교 세계에도 전해져 이교도나 이단에 대한 공포를 통해 크게 부흥한 악마학에 영향을 주었다. 이 책에서 출처로 제시하고 있는 마술서의 일부는 이 시대에 저술된 것이다.
세분화되고 단편화된 타락천사들의 모습은 결코 각각 분단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시대와 함께 변화를 거듭해온 존재였다. 중세 말기부터 근세에 걸쳐 꽃을 피운 실락원이나 신곡 등의 타락천사와 관련된 문학의 기점에는 과거의 오랜 역사 속에서 무수한 인간의 손에 의해 쌓여온 문헌상의 희미하게 부각되는 환영과 같은 무엇인가가 확실히 존재했던 것이다.
타락천사란 말하자면 타락천사에 대한 기록의 변천 그 자체이며, 이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려면 필연적으로 기록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따라서 제1장에서는 마왕 사탄과 루키펠이 성립된 경위를 주된 축으로 역사적, 서지학적인 관점에서 타락천사의 내력을 해명해 보려한다.
아주 명쾌하진 않겠으나 퍼즐을 푸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사탄
기독교에서 마왕 사탄의 이미지는 예수의 사도 요한이 환상에서 본 신의 계시를 기록한 신약성경 요한묵시록에서 출발하고 있다. 사탄은 분노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붉은 용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각각 왕관을 쓴 일곱 머리에는 10개의 뿔이 나 있다. 사탄은 천사들중 1/3을 거느리고 신에게 반기를 들었으나 미카엘이 이끄는 신의 군대에 패배하여 지상으로 던져졌다.
사도 요한 앞에 나타난 천사는 사탄 그리고 그를 숭배하는 짐승의 공통의 외견적 특징에 대해서 일곱 머리는 일곱 산 위에 지어진 일곱 임금(주로 로마와 일곱 로마 황제로 여겨짐)이며 10개의 뿔은 그들에게 협력하는 왕(주로 로마에 협력하는 파르티아의 왕들로 여겨짐)을 나타낸다고 해석해 보였다.
이 모습은 구약성경 다니엘서에서 예언자 다니엘이 환상에서 본 거대한 짐승(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사자, 곰, 날개와 네 머리를 가진 표범, 10개의 뿔을 가진 짐승)이나 구약 위경 에즈라4서 4(에즈라 묵시록)에서 언급되는 12장의 날개를 가진 3개의 머리를 가진 독수리 등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생물의 은유에서 영향을 받았다. 또 영국의 윌리엄 블레이크는 태초의 영광에 휩싸인 사탄(1805년)라는 회화를 통해 타락천사인 사탄을 6장의 날개를 가진 세라프로 묘사했다.
요한 묵시록이 집필된 시기는 신 아래에 황제를 두는 기독교를 탄압한 폭군인 로마 제11대 호아제 도미티아누스의 시대라고 한다. 또 용을 숭배하는 두 번째 짐승에 대해서 제시된 666이라는 숫자는 짐승의 숫자로 불려 픽션에서 자주 언급되는데 박해자로서 알려진 제5대 황제 네로의 이름을 히브리어 문자로 표기한 QSRNRWN에 대응하는 숫자의 합계라고 해석된다.(이는 근세의 역사학자에 의한 설로 보인다)
붉은색의 일곱 머리를 한 용이라는 모습에는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를 유혹해 선악과를 먹게 하여 낙원에서 추방당하게 만든 에덴동산의 뱀 이미지도 포함된다. 모세 묵시록을 비롯하여 성경의 다양한 외경, 윅여에서는 이 뱀을 사탄과 동일시하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서도 사탄에 해당하는 정령의 지배자 이블리스(알 샤이탄)가 알라 신이 흙을 빚어 만든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유혹해 낙원에서 추방시킨다고 나온다. 13세기의 역사가 아부 야파르 알타바리에 따르면 코란의 제53장에는 다신교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나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 이븐 압둘라는 이것을 이블리스의 수작이라며 삭제했다고 한다.
● 신의 충실한 사자, 사탄
구약성경의 사탄은 추방된 반역 천사가 아니라 신의 궁정에서 섬기며 인간계에 파견되는 사자중 하나이다. 본디 사탄의 이름은 '적대한다, 방해한다, 고발한다' 등의 의미를 가진 히브리어의 동사 sth에서 유래한 것이지 특정한 천사의 이름이 아니다.
또 19세기의 영국의 마술사 알레이스터 크로울리나 1960년대에 사탄 교회를 창설한 안톤 라베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신화를 해석한 바바라 워커는 이집트 신화의 폭풍의 신 세트를 사탄의 원형이라 주장했으나 명칭만 유사할 뿐 학술적 근거는 부족하다.
사탄과 처음으로 연결되는 존재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경전인 구약성경의 민수기의 22장에 나오는 칼을 빼어들고 점술사 발라암(발람)의 길을 방해하는 신의 사자이다. 요한 묵시록에서와 마찬가지로 신의 계시를 기록한 구약성경의 즈카르야서(스가랴)에서는 사탄이라는 천사가 대사제 예수아(여호수아)를 하늘의 법정에서 고발한다. 여호수아는 구약성경 여호수아의 중심 인물로 천사 군대를 선도하여 그가 숨겨둔 창녀 라합과 그녀의 가족을 제외하고 예리코(여리고) 도시의 주민을 모조리 죽여 없앴다. 즈카르야서의 기록에서는 어떠한 이유로 고발되었는가는 드러나지 않으나 야훼는 이 고발을 물리쳤다고 나온다. 구약성경의 욥기에서는 사탄은 자유롭게 지상을 돌아보는 신의 사자이며, 일본 이와나미 서점의 구약성서번역위원회의 주석에 따르면 '신을 섬기고, 인간의 행동을 조사하는 감시자 같은 역할을 다했다'고 나온다. 야훼로부터 두터둔 신앙심을 가진 욥에 대해서 들은 사탄은 신의 허가를 받아 욥에게 2번의 시련을 내려 그의 신앙심을 시험한다.
사탄의 시험이란 모티브는 신약성경의 복음서에서 사탄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가를 시험하기 위해 천사들이 예수를 황야로 옮기는 일화(우리나라 성경에서는 성령의 인도로 황야로 갔다고 나온다)에서도 볼 수 있다. 사탄은 40일에 걸쳐 예수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험했으나 예수는 이 모든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쳤다.
구약성경에서의 사탄의 입장은 일관적으로 인간에 대한 적대자, 방해자이지만 신의 궁정의 일원이었다. 이것이 신약성경으로 가면 갈릴래아(갈릴리) 각 곳으로 파견되어 악마를 쫓는 72명의 제자를 칭찬하는 루카복음서(누가복음) 10:18의 예수의 말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를 비롯해 하늘에서 떨어진 자로 나온다.
● 타락천사 사탄의 탄생
구약성에서 신의 행동은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창세기에서는 야곱에게 한밤중에 씨름을 걸기도 하고 탈출기(출애굽기)에서는 자신이 이집트로 가게 한 모세를 습격한다. 역시 탈출기에서는 히브리인을 해방시키지 않는 이집트(애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가축과 종을 포함한 이집트의 모든 장자를 살해하는 가혹함을 드러낸다. 사무엘기 하권에서 다윗 왕은 인구조사를 실시한 것에 대해 야훼에게 책망을 받았는데 인구 조사를 다윗에게 명한 것은 본디 신 자신이었다. 이렇게 모순되어 보이는 기록은 완전무결해야 할 신의 선한 성질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당혹스러움은 이윽고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는 야훼의 본뜻이 아니라 사악한 신의 사자에 의한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불러왔다. 역대기 상권의 집필자는 다윗에게 인구 조사를 시킨 자는 사탄이었다며 사무엘의 기록을 뒤집고 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사이의 시대, 유대교도의 나라인 이스라엘은 분열되었다. 기원전 597년에는 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느부갓네살)가 히브리인 유력자들을 바빌로니아로 연행하는 바빌론 유수가 일어났다.
그러한 가운데 선악이원론의 투쟁신화를 설파하는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 등으로 인해 하늘에서 추방된 타락천사와 신의 군대의 투쟁을 모티브로 하는 묵시 문학이 집중적으로 출현했다. 여기서 묵시란 숨겨진 신의 의도가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47년 사해 북서부의 쿰란 근처에 있는 동굴에서 발견된 약 850권의 사본 - 속칭 사해문서를 남긴 교단(쿰란 교단)은 유대교의 일파인 에세네파와 관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에세네파는 강한 동지의식을 가진 교단의 신자를 빛의 아들로 간주했고, 그들 이외의 인간은 벨리알(사탄과 동일시된다)에게 속한 어둠의 아들이라 보고 폐쇄적인 사회를 구축한 공동체이다. 신약성경에서 예수에게 세례를 베풀고 구세주의 자각을 촉구한 세례 요한은 에세네파 또는 쿰란 교단의 일원으로 추정된다. 사해문서의 전쟁의 서에는 어둠의 아들을 이끄는 벨리알과의 투쟁이 기록되며 구약 위경 에녹서의 일부로 추정되는 거인의 서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타락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거인 네피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해문서 이외에도 구약 위경 희년서의 마스테마, 구약 위경 바룩 묵시록의 사마엘, 에녹서의 아자젤과 에그리고리 등의 타락한 천사, 반역한 천사가 이 시기에 발생하면서 사탄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었다.
● 사탄이란 칭호로 불리는 자
현재 사용되는 사탄이라는 명칭은 마왕으로서의 칭호이며 원래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천사로서의 사탄은 일반적으로 그리스도교에서는 루시펠, 유대교에서는 사마엘이 사탄에 해당된다. 구약 위경에서는 아자젤, 벨리알, 마스테마 등의 사악한 천사들도 사탄과 연결되었다.
신약성경 시대에는 후세에 사탄의 부왕이라고 하는 베엘제붑이 사탄이란 별명을 가진 악마의 우두머리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신약 위경 니고데모 복음서에서는 십자가 상에서 죽음을 맞이한 예수가 명부로 가서 사탄을 포박한 다음 자신이 다시 지상으로 강림할 날까지 유폐시키도록 명부의 왕 하데스에게 사탄을 언긴다. 이때 하데스는 사탄을 베엘제붑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사탄 속박의 일화는 중세의 성인 전설에도 볼 수 있으며 사탄은 명부에 묶인 상태에서 부하 악마들에게 명령을 내린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사탄과 유사한 어감을 가진 천사의 이름이 바르톨로메오(바돌로매) 복음서에 기재되어 있다. 신약 위경에 포함되는 이 문서는 5~9세기에 걸쳐 완성된 것으로 보이며, 예수의 사도 바르톨로메오의 질문에 대한 벨리알의 대답 중에서 과거에 그는 사타나엘이라 불렸는데 신에게 반기를 들었기 때문에 나락(지옥)의 문지기인 사타나스가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10세기 무렵, 불가리아에서 부흥한 이단 종파인 보고밀파의 교리서 파노플리아 도그마티케에 등장하는 하늘에서 추방당한 후에 지상 세계를 창조했다는 천사가 사타나엘이라는 내용은 바르톨로메오 복음서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밀파의 사타나엘은 신의 아들이며 구세주의 형이라고 한다. 이 구세주는 동시에 천사 미카엘이기도 하며 사탄과 미카엘을 쌍둥이 형제로 보는 속설은 위와 같은 보고밀파의 교리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사타나엘은 하늘의 청지기로서 모든 우주의 운행을 감시하고 수천 명의 천사들의 업무를 감독했으나 이윽고 아버지에 대한 질투심에서 자신들의 손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임과 천사에게 부과된 신에 바치는 공물을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천사들의 1/3을 포섭했다. 그러나 반란 계획은 노출되었고 신은 교만한 죄를 범한 사타나엘의 광휘와 권환을 빼앗고 궁정에서 추방했다. 그 후 여전히 창조의 힘을 갖고 있던 사타나엘은 지상을 창조하고 700년 동안에 걸쳐서 그곳을 통치할 권리를 신에게서 인정받았다고 한다.
12세기 무렵의 성 요한의 서(비밀의 서)에서는 사타나엘은 사타나일이라 부르며 신의 은총인 엘의 칭호를 박탈당해 사타나(사탄)가 되었다고 ㅎ나다.
성서학자 로버트 헨리 찰스와 러시아 문학자 WR 몰필은 에녹 2서의 영문 번역판 에녹 비밀의 서를 1896년에 간행했다. 이 책은 성 요한의 서의 내용을 포함한 듯, 에녹서의 아자젤과 사타나일이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천지창조 둘째 날에 다른 천사들과 함께 태어난 대천사 사타나일은 신을 대신하겠다는 당치않은 소망 때문에 하늘에서 내던져져 바닥이 없는 허공을 영원히 날아다니게 되었고 그 이름도 소토나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지혜는 상실되지 않았고 죄악감 때문에 질투의 생각을 품고 낙원에 사는 하와를 통해서 아담을 추락시켰다. 지상을 지켜보는 임무를 담당하는 200명의 천사 집단인 에그리고리의 지도자도 역시 사타나일이며, 에그리고리를 선동해 인간과 관계를 맺는 죄를 범했다가 그 일당과 인간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거인 네피림과 함께 다섯째 하늘에 유폐되었다고 한다.
루시펠
일단 땅에 미끄러졌다고 해서 그 추방 때문에 천계를 텅 비게 할 정도로 강대한 군단이 사력을 다해서 다시 하늘에 올라, 고향을 다시 이 손으로 되찾을 수 없게 될 줄이야 누가 믿었겠는가?
몰렉이 있었다. 아스타로트가 있었다. 다곤이, 벨리알이 수만의 타락천사들이 마왕 앞에 모였다. 첫 번째 기수이며 케루브인 아자젤이 제왕의 깃발을 힘차게 흔들고 선봉 부대로 파견된 마몬이 솟아오른 산에 굴을 파서 새로운 거성인 만마전을 세운다. 불길의 홍수에 농락당한 동지들 앞에 3번 흐느끼면서 마왕은 가련함과 가책을 느끼면서 말을 이었다. 그 곁에는 반란에서 그의 부관을 맡았던 과거의 케루브인 베엘제붑의 모습이 있다.
이상은 아담과 하와의 에덴동산 추방을 묘사한 창세기 이야기를 대천사 미카엘이 이끄는 천사의 군대와의 전쟁에 패해 추방된 악마들의 운명을 묘사하는 서사리로 승화시킨 존 밀턴의 실락원의 처음 부분으로 마왕 사탄이 자신의 군대를 호령하는 장면이다.
대천사 라파엘은 사탄의 이름을 이렇게 불렀다. 일찍이 천사들 중에서 별 중의 별이라고 해야 할 새벽의 밝은 별 이상의 광채를 발한 위대한 천사장 루시펠이라고 말이다.
●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 루시펠
기독교 세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마왕 사탄의 전신을 루시펠이라 본다. 루시펠은 라틴어 음독으로 영어권에서는 루시퍼라고 부른다.
16세기 이전, 영국의 요크에서 상연된 신비극(성경 이야기를 연극화한 것으로 일요일이나 축일에 상연되었다)인 요크큭의 2번째 상연 목록 천사들의 타락에서는 신은 자신에 가까운 존재로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지도자를 창조하고 빛을 가져오는 자 루시펠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신의 힘을 부분적으로 행사하는 것까지 허용되었던 루시펠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우쭐함과 동시에 신에 대한 질투에 고민하다가 자신이야말로 세상의 제1인지라고 선언한다. 수많은 천사들이 그의 곁에 모여들었으나 신은 모반네 분노해 어둠으로 떨어진 천사들으 빛에서부터 영원히 분리해 궁정에서 추방했다. N타운극이란 신비극에서는 창조 첫째 날 막 태어난 천사들이 신을 찬미하는 한가운데에 루시펠이 반란을 일으킨다. 체스터극에서는 천지창조 후 동료인 라이트본에게서 찬미를 받은 루시펠이 자신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자각한다는 전말이 묘사된다.
루시펠이 타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로마 교회에서 환시자로서 공인된 12세기 독일의 베네딕도회 소속 수녀원장 힐데가르트 폰 빙엔은 루시펠이 거만해진 계기를 신에게서 받은 보석이라 말했다. 보석의 광채는 신의 광채를 반영한 것이며 루시펠은 그것을 빼앗겼을 때의 절망으로 보석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한다. 16세기 독일의 페터 빈스펠트는 기독교의 7대 죄악중 하나인 교만과 루시펠을 관련짓고 있다.
또 17세기의 신비주의자 야코프 뵈메는 타락의 이유를 아름다움에 의한 자부심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나 실제로 성경 정경 속에 루시펠이라는 이름의 천사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구약성경 이사야서 14:12에서 바빌로니아 왕 네부카드네자드 2세의 은유로 사용되는 '어찌하다 하늘에서 떨어졌느냐? 빛나느 별, 여명의 아들인 네가! 민족들을 쳐부수던 네가 땅으로 내동댕이쳐지다니'라는 부분을 5세기 초에 에우세비우스 소프로니우스 히에로니무스(나중에 성인으로 추대됨)가 라틴어로 번역했을 때 '새벽의 밝은 별'을 번역할 때 사용한 어휘인 '루시퍼Lucifer'가 출전인 것이다.
이와 비슷한 표현은 구약성경의 에제키엘서(에스겔) 28:12~15에 기록된 티로(두로) 왕에 대한 애가 속에서도 존재하며 여기서는 '너는 완전함의 본보기로서 지혜와 더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하느님의 동산 에덴에서 살았다. 너는 홍옥수와 황옥 백수정과 녹주석과 마노 벽옥과 청옥과 홍옥과 취옥 온갖 보석으로 뒤덮였고 너의 귀걸이와 네가 걸친 장식은 금으로 만들어졌는데 네가 창조되던 날 그것들이 모두 준비되었다. 나는 우람한 커룹을 너에게 보호자로 붙여 주었다. 너는 창조된 날부터 흠 없이 걸어왔다. 그러나 마침내 너에게서 불의가 드러났다.'라고 나온다.
3세기의 기독교 교부 오리게네스 아다만티우스는 자신의 저서인 원리론 속에서 일찍이 매일 아침 하늘로 올라갔던 루시펠이라는 자가 천국에서 추락했다고 밝혔다. 5세기의 종교 이론가 아우구스티누스도 저서 신국에서 루시펠을 과거의 천사였던 사탄과 동일시했고 그의 기록이 가톨릭 세계에 루시펠=사탄을 정착시킨 것이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신화와 전설을 해석하는 바바라 워커의 신화전승 사전에서는 이사야서의 'helel ben shahar'라는 부분을 '헬렐(아세라)의 아들 샤하르(새벽)여'라고 해석한 다음, 루시펠의 원형이 우가리트 신화의 새벽(또는 빛나는 별)의 신 샤하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것은 '샤하르의 아들 헬렐'을 착각한 것이고, 샤하르는 라스 샴라 문서의 은혜롭고 아름다운 신들에 대한 탄생만 언급되는 존재이며 워커가 말한 것처럼 샤하르가 추방되었다는 이야기는 우가리트 신화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때때로 루시펠은 미카엘의 쌍둥이 형으로 보는 기록을 볼 수 있으나 19세기 이전의 출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세기 이후의 픽션 작품을 통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 루시펠 이미지의 변천
문학 세계에서는 13세기에 야코부스 드 보라기네의 황금전설에서, 14세기에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과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각각 빛나는 타락천사 루시펠이 묘사되었다. 신곡의 제1부에 해당하는 지옥편에서 단테는 지옥의 제9층의 제4구역에 유폐된 비통해하는 왕국의 대제 루시펠을 3개의 얼굴과 박쥐와 비슷한 여섯 날개를 가진 거인으로 묘사했다. 마왕은 가슴에서부터 아랫부분이 얼음으로 갇혀 있고 세 쌍의 눈으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또 3개의 입으로는 그리스도를 배신한 유다 이스카리옷(가룟 유다), 카이사르를 암살한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 가이우스 카시우스 롱기누스 3명을 물어뜯으면서 영원한 고통을 주고 있다.
16세기에 요한 슈피스가 쓴 실전 요한 파우스트 박사에서 파우스트에게 소환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추방되기 이전의 루시펠은 신이 창조한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으며 태양과 별조차도 무색하게 하는 광채를 발하는 관을 수여받은 케루빔이었다고 한다. 신은 루시펠을 깊게 총애해 신전이 있는 산상에서 왕자의 자리를 내릴 정도였으나 오만해진 루시펠이 동쪽 하늘에 군림하려고 했기에 신의 궁전에서 추방되어 영원한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바위산에 떨어졌다고 한다.
16세기 영국의 문학 작품 속에도 루시펠에 대한 기록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토마스 내쉬는 '무일푼인 피어스의 악마에 대한 탄원'에 따르면 루시펠은 지옥에 딸어지기 전에는 위대한 천사이며 순수한 빛나는 공기로 완성된 투명한 몸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타락한 후에는 거친 물질로 덮이고 검고 진한 공기로 완성된 다른 육체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말로의 희곡 파우스투스 박사에서 루시펠은 동방의 최고신으로 불린다. 시인 에드먼드 스펜서는 '하늘의 사랑에 대한 찬가'에서 루시펠을 빛의 아들이라 형용하기도 했다.
문학 역사상 최초로 사악한 악마로서가 아니라 긍지 높은 반역 천사로서의 루시펠(=사탄)을 묘사한 사례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유스트 폰덜이 저술한 시극 '루시퍼'와 그 영향을 받아 집필된 밀턴의 실낙원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이미즌 18, 19세기에 등장한 낭만주의 문학자들 - 샤를 보들레르(악의 꽃)나 빅토르 위고(사탄의 종말)를 통해 현대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또 스펜서나 밀터보다 1세기 이전의 베리 공작 장을 위해 세밀화가인 랭부르 형제가 15세기에 제작한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중 '루시펠과 반역 천사의 추락'이라는 도판에는 아름다운 천사 루시펠 일행이 선명하게 창공이 그려진 배경 속에 불꽃에 쌓여 거꾸로 추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루시펠은 15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완성된 마술서에서도 등장한다. 교황 호노리오의 마법서에 따르면 날개를 뽑힌 천사 루시펠은 월요일의 정령이며 이마엔느 별이 새겨졌고 불타는 횃불을 든다. 진정마법서에서는 푸트 사타나키아와 사타니키에를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에 사는 악령들을 지휘하며 외모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화를 내면 붉은 기운을 띤다고 나온다. 대마법서와 그 이본 '붉은 용'에서는 악마의 황제라고 나오며 벨제뷔트, 아스타로트와 함께 지옥에 군림한다. 마술사 아브라멜린의 성스러운 마술서는 루시펠, 레비아탄, 사탄, 벨리알을 4명의 상위 군주로 제시하면서 루시펠과 사탄을 구분하고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신비주의자 엘리파스 레비는 자신의 저서 '고등 마법의 교리와 제의'에서 빛을 전달하여 모든 형태를 집적하는 마술적 매개물의 호칭을 루시펠이라 불렀다. 인지학을 설파한 20세기 독일의 신비가 루돌프 슈타이너는 영지주의 사상에 기초해 루시펠을 현대의 아리만(절대악)의 대립자로 간주하고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고 빛의 영역으로 인도하려 하는 빛의 영혼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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