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위업의 달성과정
시작
친다. 친다. 친다.
조바심을 내는 마음을 비추듯, 내리치는 망치가 몇 번이나 잔상을 그렸다.
피부를 태우는 살인적인 온도. 마검과 용담 때문에 평소의 작업을 훨씬 웃도는 열량이
운디네 클로스마저 시커멓게 그슬렸다.
온몸에 땀이 솟아나, 턱에서 흘러 떨어진 땀방울은 망치에 떨어진 순간 소리를 내며 증발했다.
원래 같으면 앞메를 들 조수가 있어야 하지만,
사방으로 튀는 무수한 불똥은 그런 것 따위 필요하지 않다는 힘 어빌리티의 증거였다.
금속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두드리는 정확함은 기교 어빌리티의 성과였다.
온몸을 불에 그슬리면서도, 벨프는 눈앞에 있는 금속 덩어리에 온 힘과 기술과 담력을 쏟아냈다.
무지의 구름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망할......?"
생각처럼 형상이 바뀌질 않았다.
그뿐이랴. 벨프의 의지를 무시하고 금속의 표면이 우툴두툴한 요철을 그렸다.
마치 생물처럼, 의지를 가지고 날뛰듯.
이리저리 날뛰는 불똥이, 금속의 단단한 반항이 모두 벨프에게 지배당하지 않음을 말해주었다.
"장난하냐.......?"
불평은 아무런 성과도 낳지 못한다.
아다만타이트가 대들듯 망치를 튕겨내 손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불순물이 무수한 불똥으로 바뀌어 안면까지 날아들었지만 아다만타이트를 다시 달구어서는 타격한다.
'시간이 없어. 여기서 머뭇거려선 안 돼. 최단시간 내에 끝내야만 해.'
그런데도.
'심장이 시끄러워.'
소리가 느리다. 언제까지고 귀에 달라붙어 있다.
'망치를 3번 내리칠 동안 심장이 1번 밖에 뛰질 않아-."
벨프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시간의 도가니 속에 있었다.
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시간이 녹아내리고, 붉게 타오르는 금속에 자아가 빨려 들어간다.
'단련을 시작하고 얼마나 지났지?'
'몇 시간? 한나절? 아니면 1분?'
'나는 지금 어디 있지?'
일반적인 도검가 마검은 공정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과정을 극적으로 압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파개할 한 자루를 만들려면 한정된 시간 속에서 "지고"의 경지에 도전해야만 한다.
그 강박관념과도 같은 조바심이 벨프를 "단조의 어둠"으로 떠밀었다.
-힘도 기술도 쏟아붓고 있다.
-기술자의 자긍심도, 의지도, 의지까지도.
-그런데, 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지?!
잡념이 잡념을 불러 벨프의 심신을 좀먹는 최악의 악순환.
악전고투로 인해 팔다리와 몸은 미적지근한 심연의 늪으로 잠겨든다.
한 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망치질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굵은 땀을 흘리며, 호흡조차 타들어가며, 세상이 심장고동의 충격에 묻혀간다.
이제는 좌우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
앞도 뒤도, 위도 아래도.
암흑으로 변한 시야 속에 떠오르는, 시뻘건 금속과 자신의 망치.
그것이 지금 그의 전부였다.
그것이 벨프가 처음으로 도달하는 "극한"의 경치였다.
'-목소리가 들린다.'
어둠에 쌓인 세계.
절망과 초조함, 그리고 그에 저항하는 의지의 틈바구니.
벨프는 쇠에서 태어난 목소리를 들었다.
운산
"쇠의 목소리를 들어라. 쇠의 울림에 귀를 기울여라. 메에 마음을 담아라."
어린 시절에 들었던 크로조 가문의 가르침.
한때는 증오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남긴 영혼의 말.
되살아나는 벨프 크로조의 원점이, 그의 초석이 "쇠의 목소리"를- "메의 물음"을 그에게 전해주었다.
-대답해줘. 뭘 대답하라고.
-너는 무엇을 위해 나를 휘두르지? 무기를 벼르기 위해.
-넌 왜 무기를 벼리지? 살아남기 위해.
- 아니야. 내가 묻고 싶었던건, 네가 필요한 건, 그런 대답이 아니야. 들려줘
너는 무엇을 위해 무기를 벼리고 있지?
"---------."
메의 물음은 벨프 자신의 목소릴 바뀌어 마음 밑바닥을 두드리는 자문으로 바뀌었다.
나는. 나는 나는!
"-친구를 위해."
소년을 위해.
이 녀석들을- 동료를 위해.
"나를 믿어주는 저 녀석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위해 벼리는 무구는 특별한 위력을, 무엇보다도 강한 광채를 뿜어낸다.
그렇다. 진리다. 당연한 일이다. 왜 잊고 있었지.
동료를 위해. 그 소년을 구하러 가기 위해-
"나는!!"
무시무시한 타격음. 솟구치는 메의 함성. 선율이 바뀌었다.
단련의 음조가 이제까지보다도 낭랑하게, 힘차게.
몬스터의 공격을 견뎌내던 동료들도 그 음색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흠칫 놀란 그들이 쳐다보니, 벨프의 눈이 불꽃과 하나가 된 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통찰
변한다. 변한다. 변한다.
아다만타이트가, 고개를 숙이지 않던 고위의 금속 덩어리가, 형태를 바꿔나간다.
마치 한 사내의 의지에 굴복한 것처럼, 포효를 지르며 공명하듯, 결정의 구조를 바꾸어 검의 윤곽을 이뤄나갔다.
"흐으읍!!"
체내의 혈액이 끓어오른다.
피의 연소가 마음의 포효에 동조되어 새로운 "문"을 열려 했다.
-기존의 마검으로는 안 돼.
-이별을 약속했던 마검으로는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반드시 부서지는 마검으로는 이 사지의 연속을 헤쳐나가지 못해.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뻔하다.
넘어선다.
마검을, 지금, 이 자리에서.
마검을 넘는 무기를, 마검에 버금가는 무기를, 영구적인 마검을.
마검의 운명을 왜곡시켜 모순된 무기를 만들어낸다.
그날,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츠바키에게, 헤파이스토스에게 자신의 의지를 선언했듯.
크로조의 마검이 아닌 나의 무기를 만들고 말겠노라고 했던 그 맹세를 이룬다.
벨프는 지금 이 자리에서 "벨프 크로조"를 넘어서야만 한다.
"좋다 이거야!"
이론은 없다.
그러나 구상은 있다.
보일듯 말 듯한 비전이 존재했다.
아니, 그게 아니다. 언제나 힌트는 벨프의 곁에 있었다.
신의 칼날.
대장장이 신이 만들어냈던 걸작이, 사도라 여겨지면서도 벨프의 이상이 될 수 있는 희망이-
그 소년의 손안에서 계속 존재했다.
'기다려라, 벨!'
'나는 너도, 헤파이스토스 님조차 추월하고 말겠어!!'
그러니까-!!
더 높은 경지로.저주받은 핏줄의 너머로.
가증스러운 저주를 넘어선 "지고"의 경지로.
망치를 부르쥔 손의 껍질이 터져 피가 솟고 불에 그슬렸다.
그러나 그 "크로조의 피"는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지랑이가 되어 작은 소용돌이를 그리더니 아다만타이트에 깃들었다.
저주받은 피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정령의 혈맥"이 청년의 의지에 보답하듯 새하얗게 타올랐다.
미친듯이 들끓던 의지는 그대로 무아지경이자 무의식의 경지에서,
구조를 그리며, 법칙을 인정하며, 섭리에 따라, 이치를 초월했다.
쇠와 목소리르 나누며 자신이 그려낸 설계도를 눈앞의 아다만타이트에 주입했다.
광명
룸을 사수하지 못했던 시점에서 그들의 마음은 이미 껶였다.
모두가 얼굴에 피와 땀을 흘리며 사멸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몇 번인지 모를 절망의 숨결에 몸을 굳히며, 카산드라는 질끈 눈을 감으려 했다.
'-?'
그러나 감으려던 순간 깨달았다.
'소리가-.'
망치 소리가, 끊어졌다.
아무리 몬스터들의 포효가 극심하다 해도, 결코 뒤지지 않고 울려 퍼지던 "단련의 선율"이 그쳤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카산드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
그리고 그 "광채를 보았다.
"시코우 카즈키(始高 煌月)"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되는 걸까 14권 -
......큭큭큭.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해냈구나, 이 애송이가!!
지고의 경지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도 못했던 주제에!
이제 신의 봉우리 꼭대기에 손을 걸쳤구먼!
바보놈이라고는 했지만 이 정도로 바보 천치였을 줄이야!
쓸데없는 충고나 했던 내가 어리석었네!
아아, 얄미워라! 그리고 이 얼마나 통쾌한지!
-축하하네, 벨프 크로조. 그대도 "이쪽"으로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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