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감추어진 신
신화와 현실 p152
에 있는 내용으로~
한번쯤 읽어보면 좋다!
감추어진 신
많은 미개민족, 특히 수렵 채집단계에 있던 민족은 지고신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그 신은 종교 생활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더욱이 그 신은 조금밖에 알려져 있지 않고, 신화도 극히 적으며, 일반적으로 아주 단순하다. 이 지고신은 세계와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어지지만, 그는 곧 그의 창조물을 버리고 천공으로 후퇴해버린다. 때때로 지고신은 창조를 완성하지 않고 그의 '자식'이나 대리자인 다른 신이 그 일을 인수받는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지고신의 감추어진 신으로의 변모를 논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몇 가지 예로 한정할 것이다.
티에라 델 푸에고의 셀크남족 사이에서 '천공의 거주자' 또는 '천공에 있는 분'이라고 불리는 신은 영원하고 전지전능하지만, 우주 창조는 지고신이 별 너머로 은퇴하기 전에 창조한 신화적 선조에 의하여 완성되었다. 이 신은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며, 이 세상일에 무관심하다. 그 신을 묘사하는 어떤 상도, 그를 예배하는 사제도 있다. 그에게 기도를 바치는 것은 오직 병이 들었을 때이며("높은 곳에 계신 분이시여, 나의 자식을 나에게서 빼앗아가지 마소서! 그는 아직 너무 어리나이다."). 그에게 공물을 바치는 것은 주로 폭풍이 몰아칠 때이다.
아프리카 노예해안의 요루바족은 올로룸(글자 그대로 '천공의 소유자')이라 불리는 천신을 믿는데, 이 신은 세계를 창조한 뒤 그것을 하위신인 오바탈라에게 이양하여 그것을 완성 통치하게 한다. 올로룸은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일에서 후퇴하여 감추어진 신이 되었는데, 감추어진 신이 된 이 지고신을 위해서 어떤 사원도 상도 사제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신은 재앙이 있을 때 최후의 존재로서 불려지는 존재이다.
헤레로족의 지고신인 잠비는 천공으로 후퇴하여 인류를 하위신에게 넘겨주었다. "왜 그에게 공물을 바쳐야만 하는가? 사자들과 달리 그는 아무런 해로움도 주지 않기 때문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한 원주민은 말한다. 툼부카족의 지고신은 너무도 위대하여 "인간의 일상사에 관계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에웨족의 징베('우주의 아버지')는 가물었을 때만 찾아지는 신이다. "오, 천공신이여,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가뭄이 심합니다. 비를 내리시어 땅을 새롭게 하고 들을 번성케 하소서!" 지고신의 격절성과 무관심성은 동아프리카 기리아마족의 말에서 감탄할 만하게 표현되었다. 그들은 신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물루구(신)는 위에 있고 영들은 아래에 있다!" 반투족은 "인간을 창조한 뒤에 신은 인간을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피그미는 "신은 우리에게서 멀리 떠나갔다."고 말한다.
위에 몇몇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지고신은 종교적인 실재성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의례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신화는 인간에게서 멀리 은퇴한 것으로 그려지며, 그는 감추어진 신이 되어 있다. 이 현상은 고대 아시아나 인도-지중해 세계의 더욱 복잡한 종교에서도 보이는데, 전지전능한 하늘의 창조주는 우주의 생식력으로 나타나는 대지모신의 남편인 농경신으로 대치되었다.
어떤 점에서 감추어진 신은 니체가 아주 열광적으로 선언한 '신의 죽음'의 최초 예인지도 모른다. 멀리 떠나가 의례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창조신은 마침내 잊혀져버린다. 신의 망각은 그의 절대적 초월처럼 신의 종교적 비실재성. 또는 동일한 귀결에 도달하는 그의 '죽음'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지고신의 사라짐은 종교 생활의 비곤화 형태를 취하지 않았다. 참된 '종교'는 그 신이 자취를 감춘 이후에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풍부하고 극적인 신화, 가장 사치스러운 의례, 각양각색의 남녀 신, 선조, 가면과 비밀결사, 신전, 사제 등은 모두 채집과 수렵 단계를 지나서 지고신이 부재하거나(망각되거나?) 다른 신과 합체되어 더 이상 인식되지 않는 문화 단계에서 보인다.
마틴 부버가 말하는 '신의 황혼'은 현대 신학자의 일부가 매달리고 있는 신의 격절성과 침묵을 말하는데 그것은 현대의 현상만은 아니다. 지고신은 '초월성'은 언제나 인간에 대한 무관심의 구실로 역할했다. 인간이 신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때라도 신이 지극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비록 완전한 무관심은 아니라 해도 각종 무관심과 경시를 정당화하고 있다. 적도 아래에 있는 아프리카의 팡족은 그 점을 단순하지만 용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은자메(신)는 위에 있고 인간은 아래에 있다.
신은 신, 인간은 인간.
각자의 장소에, 각자의 집에 있다.
이와 동일한 견해는 조르다노 브루노가 서술한 바 있다. 신은 "절대자여서 우리와의 아무 공통점도 없다."(뿜내는 야수의 집)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때때로 망각 또는 무시한 지고신은 특히 하늘로부터의 위협(가뭄, 폭풍, 질병 등)이 있는 경우 다시 기억된다는 사실이다. 독자들은 앞에서 든 실례들을 참조할 수 있다(153쪽 이하). 일반적으로 망각된 신은 다른 신에게 접근해도 완전히 실패했을 때 맨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신이다.
오라온족의 지고신은 다르메시이다. 위기가 있을 때는 흰 암탉을 공물로 하여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바친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다 해보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 우리의 창조주이신 하느님, 우리에게 자비를 보이소서!" 이와 같이 히브리인들은 비교적 평화스러운 번영의 시기를 경과할 때마다 야훼 신을 버리고 바알 신과 아스타로트 신을 섬겼다. 그러나 그들은 역사적 재난을 겪음으로써 불가피하게 유일신에게로 되돌아갔다. "그러자 너희 조상은 야훼께 호소하였다. 우리가 죄를 지었습니다. 우리는 야훼를 저버리고 바알과 아스타로트를 섬겼습니다. 이제 우리를 원수들의 손아귀에서 건져주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섬기겠습니다."(사무엘 상 12:10).
그러나 지고신은 의례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망각'되었어도 그 기억은 변모하거나 타락하여 원초의 '낙원' 신화와 이야기로, 샤먼이나 주술사의 가입 의례와 낭송으로, 종교적 상징(세계 중심의 상징, 주술적 비상과 승천, 대공과 빛의 상징 등)으로, 또 우주 창조신화의 어떤 유형으로 살아남는다. 공동체 종교 생활의 '의식'차원에서 망각되어 있는 지고신과 '무의식'과 상징의 차원, 또는 궁극적으로 일부 엘리트의 신비체험에서 남모르게 잔존하는 지고신의 문제에 관해서는 많이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우리의 주제에서 너무 멀리 떠나버리는 것이 될 것이다. 지고신이 상징이나 개인의 신비체험에 남아 있는 것은 고대인의 종교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만 지적해두기로 한다. 이와 같은 신비체험이나 천체의 상징 가운데 하나를 오랫동안 명상하는 것이 지고신을 재발견하기 위한 강한 종교적 인간을 이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체험과 사고의 힘으로 전체 공동체가 그 종교 생활을 근본적으로 갱신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고신을 알고 있었지만 많거나 적거나 망각해버린 미개 문화에서 '본질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요소 속에서 볼 수 있다.
① 신은 세계와 인간을 창조하고, 그러고는 천공으로 후퇴하였다.
② 신의 후퇴 후에는 천지간의 교류가 단절되었거나 또는 그 거리의 대격절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신화에서는 대공으로의 원초적 접근과 지상에서의 신의 존재가 낙원의 특성(인간의 원초적인 불사성, 동물과의 우호 관계, 노동의 불필요성이 추가될 수 있다)을 구성한다.
③ 다소 망각된 감추어진 신의 지위는 인간에게 가까이 있어서 직접적이거나 끊임없이 인간을 돕거나 박해하는 여러 신들에 의해 대치되었다.
일반적으로 신화가 전하는 신들의 행위를 망각하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고대사회의 인간이 감추어진 신으로 변용한 창조신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창조자는 그 민족의 익숙한 풍경('세계')을 형성한 조물주 또는 초자연적 존재자의 형태를 취하고 나타났을 때만 의례에 살아남아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가 그것이다. 세계 갱신 의례에 즈음하여 이 초자연적 존재자는 의례 가운데에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추구해볼 필요도 없는데, '창조자'는 여기서 음식물을 만든 자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와 인간의 선조를 창조했을 뿐 아니라 인간을 살게 하려고 동물과 식물도 생기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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