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피레이션☆

Realize 2024. 5. 24. 23:08

 

 

다른 전시된 그림들과 달리 고급스러운 액자까지 사용된 그림.

그것을 보다가 걸음을 멈춘다. 그런 뒤에 멍하니 그림을 보았다.

 

거기에 그려진 그림은 특정된 무언가가 아니다.

형태를 알 수 없는 색들의 집합체.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커다란 캔버스에 여러 가지 색들이 자유분방에게 칠해져 있다.

 

보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그림이다.

너무한 비유일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가 칠한 낙서처럼 느껴질 정도로.

허나, 이 그림에서 무언가가 느껴진다.

 

전율이 일어난다고 해야 하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린다고 해야 하나.

 

전율, 혹은 그 다른 무언가.

처음 느끼는 기분이라 이것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밥 먹는 것도 잊고 계속 그림을 살펴본다.

 

주변이 고요해진 느낌이 든다.

이 복도에 나와 그림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방이 조용하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에서 무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예전에 친구한테 영감을 받으면 무슨 느낌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말하기를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머리에서 멜로디가 떠오른다고 한다.

 

억지로 짜낸 멜로디가 아니라 원래 있던 것처럼 멜로디가 떠오른다고.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믿지 않았다.

 

음악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영감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아니, 생각해 보니 있긴 했구나.

 

완벽한 영감까진 아니고 그 파편 정도?

그것을 두 번 정도 느낀 적이 있다.

허나, 그 파편은 끝까지 파편으로 남았다.

 

그 파편을 어떻게든 완성하려고 발버둥 쳤지만 내 실력으론 무리였다.

그렇기에 영감이란 것을 믿지 않고, 그저 천재들의 재능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저 그림을 본 뒤로, 계속해서 멜로디들이 떠오른다.

내가 만든 멜로디가 아니다.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 또한 아니다.

 

생전 처음 듣는 멜로디들.

허나, 그 멜로디들은 원래 존재하는 멜로디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수취인 불명』때랑은 다르다.

그때는 그저 멜로디들의 단편들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거기다가 『수취인 불명』의 멜로디는 내가 기존에 만들까 생각만 하다가 포기한 멜로디들이었다.

 

손으로 입가를 가린다.

머리에 떠오르는 멜로디에 소름이 돋는다.

이런 건 처음이다.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략)

 

손가락이 움직인다.

내 손가락이 아닌 것처럼 계속해서.

머리에선 멜로디가 떠오른다.

내가 만든 곡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곡이라도 되는 것마냥.

 

“아.”

 

미치겠네. 이러면 안 되는데 손가락 움직이는 걸 멈출 수가 없다.

평소 내가 작업하는 방식하고는 다르다.

평소 내가 작업하는 방식은 멜로디의 집합체들을 조각하는 느낌이다.

 

과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만든 다음에 거기서 중요한 것들만 남기고 전부 쳐내는 그런 방식.

허나,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지금 작업하는 방식은 색칠놀이에 가깝다.

큰 그림은 다 그려져 있고 그곳에 필요한 색만 채워 넣으면 되는 그런 작업.

 

이렇게 술술 작업이 돼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곡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미 점심시간은 전부 끝났다.

 

한창, 수업을 하고 있을 시간. 그걸 알지만 도저히 손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이걸 지금 멈추면 머리에 있는 멜로디들을 전부 놓쳐버릴 것은 두려움이 엄습한 탓이다.

 

그렇게 머리에 있는 멜로디들을 전부 끄집어내고, 그것을 떠오르는 대로 수정을 했을 땐, 수업이 전부 끝난 뒤였다.

 

(중략)

 

“그것 좀 보고 가자.”

 

“또 그 그림 보냐?”

 

고개를 끄덕인다. 뭔가 내가 잘 하고 있나, 그런 불안한 생각이 들 때면 내게 영감을 주었던 그림을 보러 온다.

 

사진을 찍어서 간직하고 있긴 하지만 이게 사진으로 보는 거랑 실제로 보는 것하곤 차원이 다르다.

실물로 봐야 뭔가 그 가슴이 웅장해지는 그런 썸띵 인비져블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대체 이 그림이 뭐가 그리 좋냐?”

“나도 몰라.”

“응?”

“나도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대답한다. 나는 그림에 문외한이다.

기사를 통해 천억이 넘어간다는 작품들을 봐도 왜 저게 저만한 가치를 가지는지 이해 못 하는 사람이다.

 

해체주의니 뭐니, 이론은 알고 있지만 이해하는 것까진 아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인 『자유분방』만 해도 그렇다.

 

솔직히 사진으로 보면 조잡한 색칠놀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감들을 대충대충 뿌려놓고 거기다가 손이나 발로 자국을 만들어놓은,

그러니까 어린아이들이 사고를 친 흔적?

 

하지만 실물을 보면 뭔가 압도당하는 그런 게 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생략)

 

김태영의 말을 무시하며 그림을 본다.

보면 볼수록 자신감이 충전되는 느낌.

좋아. 고개를 끄덕인 뒤에 반으로 들어간다.

 

 

- 동생이 천재였다 40, 45화 -

 

 

영감 인스피레이션이 내려올 때 나타나는 현상★

 

인스피레이션을 체험해본 이들은 공감하겠죵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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