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파에 의한 마술의 부활 by 마녀의 문화사

Realize 2022. 6. 3. 13:59

마녀의 문화사 p236

낭만파에 의한 마술의 부활

민간에서도 마침내 마술 신앙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초반부터는 일찌감치 지식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시점이 싹터갔다. 1828년에 칼 에른스트 야르케는 마술이란 중세를 거쳐 현재까지 계속돼 온 자연종교라고 주장했다. 마술은 게르만 민족의 고대종교인데, 악마를 예배하는 것이라고 오해한 교회가 이를 유죄로 단정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입장은 과거를 찬미하는 낭만주의와 독일을 찬미하는 민족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야르케가 증거로 든 전통은 1세기 후 나치가 튜튼족의 고대 종교의 의사 부활을 자칭하면서 끔찍한 결실을 맺게 된다. 1829년에 프랑스의 저술가 라모트 랑곤은 뒷날 폐기된 종교재판소의 기록을 필사한 것이라 칭하며 14세기의 마술에 관한 문서 여러 권을 간행했다. 일찍이 루이 18세의 사적 회상록이라는 것도 위작한 적이 있는 그의 이 위조 문서는 14세기부터 일찌감치 조직적인 마녀 의례로 보이는 의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증함으로써, 마술이 중세를 거쳐 살아남은 고대 종교일지도 모른다는 설에 한층 더 신빙성을 부여했다.

영국에서도 독일에서도 마술 관념의 부활을 부채질한 것은 낭만주의 사상이었다. 1830년에 월터 스콧이 출판한 "악마 연구와 마술에 관한 편지"는 그의 인기와 명성에 힘입어 마술에 대한 관심을 소생시키는 커다란 효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19세기의 저술가들 중에서 마술은 악마의 의례라거나, 마녀재판을 부활시켜야 마땅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러기는커녕 마녀 혐의를 받았던 사람들은 오해를 받아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들의 입장은 마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18세기 합리주의자들과는 명확히 달랐다. 1839년에는 프란츠 요제프 모네가, 마술은 기독교 이전 그리스 로마 세계의 비교 의식에서 생겨났는데, 그것은 디오니소스나 헤카테와 관련이 있는 의례로서 사회 하층민들의 것이었다는 설을 발표했다. 모네의 이론은 극심한 사회변동에 겁먹고, 비밀결사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던 당시의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1862년에는 모네의 설을 뒤엎은 쥘 미슐레(1798~1874)의 이론이 발표되었다. 미슐레는 마술이 분명 사회의 최하층민들 사이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칭찬해 마땅한 일이며, 마술은 민주주의 정신의 조기 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술은 중세의 억압된 농민들 사이에서 생겨난 것으로, 그들은 교회와 봉건 귀족들에게 저항해 고대 풍양 의식의 잔재를 채요했다고 했다. 마술이 저항의 한 형태였다는 미슐레의 견해는 나중에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의해 채용되었으며 풍양 의례가 근원이었다는 견해는 20세기 초반의 인류학자들에 의해 채용되었다. 제임스 프레이저 경의 황금가지, 제시 웨스턴의 의례에서 허구로, 마거릿 머레이의 서구의 마녀숭배, 또한 간접적으로는 T.S 엘리엇의 황무지도 미슐레의 영향을 받고 있다.

19세기 후반의 피폐한 세계에서 오컬트에 대한 관심이 성장해 나간다. 장미십자회와 템플기사단 - 다소 엘리트적인 마술적 비밀결사 - 의 이름이 높아졌다. 프랑스에서는 블랑 대수도원장, 엘리파스 레비, J.K 휴이스만스가 부활에 전력을 기울였다. 영국에서는 이전부터 강령술이 활발했으나 신비주의 운동도 급속히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영향력이 컸던 것은 황금새벽회로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알게농 블랙우드, 아서 메켄, 브람 스토커, 에드워드 블워 리톤 경 등과 같은 유명 작가나 맥그리거 매더스, A.E 웨이트, 거대한 괴물이라 자칭하는 알레이스터 크로울리 등과 같은 열렬한 신비주의자들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황금새벽회는 문화적, 신비적 농담이나 위명을 즐겼다. 그 중 크로울리와 매더스는 서로에게 격렬한 적대감을 표현하면서 영력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매더스가 흡혈귀를 보내 크로울리를 공격시키면 크로울리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베엘제부브와 49명의 부하 마귀를 보내 매더스를 습격하게 했다. 크로울리는 평소, 자신은 용연향, 사향, 영묘향에서 추출한 특별 향료를 몸에 뿌리고 다니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에게 저항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금새벽회는 카발라 문서와 마법의 서를 영역해 수비학, 주문, 주술, 미약 등에 관한 고유의 독창적인 체계를 고안해 냈다. 현대의 마술에서 볼 수 있는 의례적인 주술의 요소는 현대 마술의 창시자 제럴드 가드너에게로 이어진 크로울리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크로울리 자신이 반쯤 장난삼아 판에게 귀의하고 있던 것도 가드너의 신 이교주의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크로울리의 '판 송가'는, 대부분의 신 이교주의자들에게는 너무 거칠게 느껴지겠지만, 그 특유의 놀라운 생명력으로 넘쳐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시구로 끝을 맺고 있다.

강철 발굽으로 바위 위를 뛰어다닌다.

완강한 동지를 지나 춘분으로.

헛소리를 말하고 약탈해 찢어 발기로 찢어 가른다.

영원의, 끝없은 우주를

난쟁이를, 처녀아이를, 바코스의 무녀를, 남자를

판의 힘으로

위대한 신 판은 전설에 의하면 그리스도가 태어나던 때 사망했다는데 결국 소멸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지난 몇십 년 동안 판을 비롯한 고대의 신들, 여신들이 미미하게나마 부활을 하고 있다. 마녀사냥의 광기가 막을 내리면서 악마와 관련되었던 마술이 실질적으로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고대 신들에 대한 예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마술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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