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정도에 이르면 만권의 책도 사실 별로 필요없다.

Realize 2020. 4. 19. 08:41

 

"......내가 네놈의 지식을 훔칠 거라는 생각은 한 적 없어?"

 

이 서고에는 만 권이 넘는 책이 있다.

 

마르코시어스의 유산을 물려받으면서 그 수는 더 늘어나 정확한 숫자는 자간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마술사가 축적하는 지식이란 바로 이 한 권, 한 권의 책을 말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술은 마법진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그 힘을 늘린다.

 

마법진을 사용하지 않고 주문이나 도구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이 복잡화에 이용하는 것이 '회로'라 불리는 하나하나의 문장이다.

 

이 책들은 각각 하나의 회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한권을 이해하면 하나의 회로가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해'라는 건 그 회로를 마법진에 한정시키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키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술은 '훔치는 것'이 가능했다.

 

월포레도 자간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동등한 양의 책을 소화해왔을 터.

 

-그렇게 따지면 만 권 이상을 소화하는 것이 마왕 후보의 기준이 되는 셈인가.


'회로'의 수가 반드시 우열의 차이인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기준이 되기는 한다.


용인 월포레가 여기 있는 모든 '회로'를 손에 넣으면 자간까지 압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간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어깨만 으쓱였다.

 

"별로 상관없다."
"뭐....."

 

자간이 당연한 것처럼 대답하자 월포레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경악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놀라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거냐?"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한번 완벽하게 이해한 마술서가 어떻게 되든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자간은 '회로'를 얻은 후의 책은 다시 읽지 않는다.

 

 

< 마왕인 내가 노예 엘프를 신부로 삼았는데 어떻게 사랑하면 되지 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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