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언은 어디까지나 조언입니다.

『도망쳐라.』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라.』
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별이 비명을 토한다.
별이 내지른 비명은 아일라에게 전염된다.
“별이, 위험하다고···.”
매사에 당당하던 왕녀는 이곳에 없다.
도망치고 싶다, 당장이라도.
별에게 기대어 숨고 싶다, 지금 당장.
별은 언제나 나의 가까이에 있었다.
여기 한 명의 소녀가 있다.
“···별이.”
“별이, 예언을···.”
별에게 사랑받는 아이,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그렇게···.”
별의 예언에 의지하여 살아온 소녀.
“말, 했어요.”
겁에 질린 소녀가 내게 말한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본 적이 있다.’
이 아이와 같은 모습을,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서 본 적이 있었다.
「라니엘, 별이, 별이··· 답을 하지 않아서. 별이 침묵해서, 그게, 그러니까··· 저는···.」
마왕의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성녀.
「그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건··· 별이 침묵했으니까. 네, 별이 없어서···.」
마왕에게서 도망친 뒤로도 사라는 한동안 그 어떠한 기적도 행사하지 못했다.
자신감을 잃은 그녀는 신도의 앞에 서지 않으려고 했다.
‘그야, 알아버렸을 테니까.’
자신이 믿고 있던 신(神)이.
완전하다고 믿었던 신이,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존재라는 걸 깨달아 버렸을 테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라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 이제야 깨닫게 된 기분이군.
라니엘, 너와 달리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다.
처음부터, 한낱 인간에 불과했단 거지. 처음부터 말야.」
카일은 그때, 그곳에서 망가지고 말았다.
‘별에게 모든 걸 의지한 인간의 말로.’
그 최후를 나는 막지 못했다.
나의 눈앞에는 별에 의지해 살아온 소녀가 있다.
소녀에게 있어 별이란 삶의 전부다.
이 아이는 별의 말이 곧 정답이라 여기리라.
“별이 예언을 했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아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도망치라고···.”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나가시겠다면 열어 드리겠습니다.
당장 왕녀님 하나 정도 나가게 해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해 드리겠습니다.”
“······.”
“협박이 아닙니다. 왕녀님을 탓하지 않습니다.
왕녀님께는 어떠한 책임도 없습니다. 도망치고 싶다면, 그리하셔도 좋습니다.”
내가 아일라를 보았다.
“단.”
“왕녀님 스스로 선택하셔야 합니다.”
“별의 예언이 그랬다. 그런 말은 쓰지 마십시오.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면, 그것은 오롯이 왕녀님 자신의 의지여야 합니다.”
내가 쓰게 웃었다.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과 목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내가 들어왔고, 보았으며, 경험해야 했던 일들이다.
“별은 말입니다.”
“무조건적인 신뢰의 대상이 아닙니다.”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별이 언제나 옳은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틀립니다. 당장의 위험을 피하고자 잘못된 길을 점지하기도 합니다.”
“···별은 말입니다.”
“별은, 당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선택하십시오.”
설령.
“그것이 틀린 길일지라도.”
「조언은 어디까지나 조언입니다.」
「예언이라 해봐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십시오.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해야 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일 테니까.」
별의 사랑을 받아온 아이, 스텔라(Stella).
그러나, 아이는 어른이 된다.
별의 사랑을 맹신하지 않으며, 스스로 나아가기를 선택한다.
제 발로 별의 보호를 벗어나,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제 삶을 살아가길 선택한다.
그 의지에 별이 반응한다.
별은 그녀의 앞길을 더 이상 점지하지 않는다.
예언(豫言)을 들려주는 대신,
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가 선택한 길에 빛을 비춘다.
- 용사 파티 때려치웁니다 192화 -
여러모로 생각해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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