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종말]에 나타난 위고의 역동적 상상력 연구

Realize 2023. 3. 25. 23:47

[사탄의 종말]에 나타난 위고의 역동적 상상력 연구

정정미

 

목차

1. 지구 밖의 지옥

1-1. 대천사의 추락

1-2. 악의 화신 사탄

1-3. 숙명의 여신 이시스-리리트

2. 지상의 지옥

2-1. 전쟁

2-2. 문둥병

2-3. 감옥

3. 지옥의 소멸

3-1. 사탄의 정신적 상승

3-2. 자유의 천사의 출현

3-3. 사탄의 구원

결론

 

서론

위고의 시적 생애 가운데, 제2제정과 망명은, 분명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 프랑스의 암울한 정치상황은 오히려 위고의 시세계를 낙관적 예언으로 가득차게 하였다. 그리고 망명지에서의 단조로운 생활과 절대적 고독은, 보상적으로 위고의 상상력을 광활한 우주의 범위에까지 확대시켰다고 할 수 있다. [사탄의 종말]은 바로 시인으로서의 위고의 제 2의 탄생이라 불리는 이 시기에 쓰여졌다. [사탄의 종말]은 이 시기를 요약, 개시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징벌시집]직후에 쓰여졌고, [징벌시집]은 이미 [사탄의 종말]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악의 종말], [보편적 공화국의 도래]라는 진보의 신념을 예고하고 있다.

 

그 이후에 [사탄의 종말]과 비슷한 규모의 서사시가 쓰여졌는데, [신]과 [여러 세기의 전설]이 그것이다. [여러 세기의 전설], [사탄의 종말], [신]은 서로 반향하며, 세가지 양상 아래, 존재라는 단일한 문제를 다룰 것이다. 즉 인류, 악, 무한.

 

[사탄의 종말]에서, 위고는 악의 문제를 다룸과 동시에 벌의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대혁명을 지나면서 위고와 위고의 동시대인은 무수한 사람들이 단두대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았고, 이에 대해 사형폐지론을 강력하게 주장하게 되었다. 위고는 루이 나폴레옹에 대해서도 그 벌로 죄인 공시대에 매어다는 것을 제의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악의 근원인 사탄의 형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점에 이르러 위고는 기독교적인 영벌의 관념을 부정했다. 이로부터 [보편적 용서]의 관념이 비롯된다.

 

[사탄의 종말]은 추락하는 대천사에서 시작해서, 복권되어 다시 천상으로 상승하는 대천사에 이르는, 신과 사탄과 인류의 역동적 대서사시이다.

 

또한 악의 문제를 두 차원, 즉 우주적 차원과 지상적 차원에서 서로 관련지으며 전개시키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추락하면서 사탄이 외친 말들은 마치 신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한 것처럼, 인류에 악의 근원을 퍼뜨리게 되었고, 무저갱 속에서 사탄은 신에 복수하기 위해 인류에 우상을 심고 악이 퍼지게 한다. 반대로 사탄의 구원을 야기하는 것은 자유의 천사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대혁명의 인류에의 구원이다.

 

본 연구는 다음 몇가지 사항을 기본적 전제로 하고 있다. 첫째, 이미지는 Gilbert Durand이 그의 [Les structures anthropologiques de I’imaginaire]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지각의 기억 모조품이나 자의적으로 선택되는 기호가 아니라 언제나 하나의 의미로 귀결되는 상징이다. 둘째, 이미지들은 가치, 반가치의 이가성을 지니며 서로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즉 가치인 이미지들이 반가치의 이미지들을 극복하고 승리한다. 셋째, 이미지들의 폭넓은 이해를 위해 인류학적 접근 방법과 주제비평 방법이 모두 필요하다. 인류의 상상력은 보편적 원형으로 이루어진 집단무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 상상력의 개별적 연구만으로는 이미지의 보편적 의미에 이르지 못하며 반대로 많은 이미지들이 원형이나 집단무의식으로 설명된다 하더라도 개인의 상상력을 연구함에 있어 개인적 조건을 무시할 경우 개별적 상상력의 특수성을 간과하게 된다.

 

1장에서는 지구밖의 지옥의 이미지, 그 지옥에 갇힌 죄수로서의 사탄, 그리고 그의 동조자 숙명의 화신, 이시스-리리트를 구성하는 이미지들을 찾아낸다.

 

2장에서는 지구상의 지옥을 이루는 이미지들의 성좌를 구성한다. 즉, 전쟁, 문둥병, 감옥 속에서 발견되는 지옥적 이미지들을 찾는다.

 

3장에서는 속죄하는 사탄의 정신적 상승, 자유의 천사와 복권된 대천사의 천상적 이미지가 등장한다.

 

[Tombe!]라는 신의 저주로 시작된 사탄의 추락은, [monte]라는 신의 명령에 의해 상승으로 전환된다. 지옥적 이미지들은 그 자체의 반복과 과잉에 의해 상상력의 역동성에 의해 천상적 이미지로 대체될 것이다.

 

1. 지구밖의 지옥

 

사탄이 죄의 무게로 인하여 신의 저주를 받고 떨어지는 심연은, 무저갱이라 불리는, 무한공간의 지옥이다.

 

위고에게 신은 모든 빛나는 영혼들의 중심인 태양이다. 태양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빛과 열기가 감소되는 것과 같이 사탄이 처한 지옥은 완전하고 영원한 어둠의 세계이며 무한한 겨울의 엄청난 빙하로 이루어졌다.

 

또한 지상에서의 모든 독방에 갇힌 죄수가 그러하듯 절대 고독의 상태이며, 더럽고 추한 동물로 변신하고 있다.

 

1-1. 대천사의 추락

 

추락은 인간의 고뇌를 나타내는 역동적 이미지이다. 그것은 인간 고뇌의 순수한 본질인 어둠과 그 부정적 가치 평가인 죄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있다. 대천사 루시퍼는 그ㅡ가 행한 죄의 무게 때문에 순수한 정신, 순수한 빛이며 모든 영혼의 중심인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존재는 점차로 영혼을 잃고 물질로 되어 간다. 빛을 잃고 어둠에 파묻히게 된다.

 

천상의 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짐은 추락을 의미한다. 추락의 이미지는 심연의 이미지를 수반한다. 위고의 모든 작품 속에서 구렁텅이는 하수도, 쓰레기, 소화와 항문의 이미지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천상의 빛나는 대천사 루시퍼의 추락은 그 추락의 폭으로나 그 기간(적어도 1만 4천년)으로 보나 그 규모가 방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천사의 추락은 곧 심연으로서 우주적 규모의 지옥을 수반한다.

 

심오한 무한으로 된 괴물 같은 기둥들

밤과 광대함이 만드는 모퉁이들

 

이 지옥을 지배하는 가장 큰 이미지는 어둠의 이미지이다. [사탄의 종말]의 첫째 장이 [어둠이 있으라]의 제복으로 되어있는 것은 의미가 깊다. 위고에게 어둠은 신으로부터의 영혼의 물리적 거리를 나타낸다. 높은 곳으로부터 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떨어져라

태양들은 네 주위에서 꺼질 것이다. 저주받은 자여.

추락이 계속됨에 따라 빛은 점차로 사라지고 어둠이 세력을 얻는다.

어둠들은 소리없이 공허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어둠은 하늘을 갉아먹고, 빛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입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어둠이 하늘을 갉아먹었다,

심연이 여명을 집어삼킨 것 같았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지배하게 된 지옥은 자주 물속으로 표현된다.

암흑은 바다로 표현된다.

 

어둠은 그의 거대한 파도를 부풀게 하는 것 같았다.

 

사탄은 어둠-대양의 침몰자이고 난파당한 사람이다. 사탄은 바다를 헤엄치거나 나른다.

 

이 바다속에서의 그의 비상은 커다란 원을 만들고 있었다. 사탄은 헤엄치는 사람처럼 최후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결국 추락의 공포는 익사의 공포로 배가된다.

 

그는 어둠이라는 홍수에 빠진 익사자였다.

 

또 지옥은 영원한 겨울이다. 자유의 천사가 사탄을 찾아 지옥의 입구를 찾을 때 Eclair(빛)이라는 천사는 늙은 천사 Hiver(겨울)에게로 그녀를 안내한다. Hiver는 극점에 서있다.

 

서리는 그의 뼈 속에 있고, 서리는 그의 머리 위에 있다.

둔하고 침울한, 그는 얼어 있었고, 다시 말해서 추방당했다.

 

지옥의 입구에서부터 자유의 천사는 추위를 느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음울한 장소의 추위를 느낀다.

태양인, 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빛과 함께 열기도 완전히 사라진다.

영원한 겨울의 엄청난 빙하들

어둠이 나를 너무나 가득 채우기 때문에 나는 춥다.

 

위고의 지옥은 죄인들이 우글거리는 장소로 나타나지 않고, 단지 저주받은 사탄의 독방으로 나타난다. 위고에게 지옥은 속죄의 장소이다. 사탄은 자신이 처한 절대적 고독 속에서 정신적 상승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밤, 무덤 같은 감옥의 지하독방, 살아있으면서 죽은 상태

혼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빛도 보지 못한 채 나는 어둠 속에서 영원이라는 벽을 더듬고 있다.

 

대천사 루시퍼는 추락하면서 그의 눈부신 광채를 잃었을 뿐 아니라 그 날개 위의 모든 깃털을 잃고 박쥐, 또는 파충류 등의 야비한 동물 모습으로 변신한다. 위고는 [징벌시집]에서, 흉측한 짐승들이 지상에서의 악마의 현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위고는 인간을 천사와 금수를 동시에 지닌 복합적 존재로 보며, 인간이 영혼의 중심인 신으로부터 멀어질 때, 영혼을 잃고 물질을 획득함으로써 인간-금수로 전락한다고 본다. 이러한 변신의 사상이 대천사로부터 짐승으로의 변신을 설명한다. 물론 짐승으로부터 천사로의 변신도 가능하게 한다.

 

저주받고 추락하면서 사탄은 스스로의 모습이 괴물로 변모하는 것을 본다.

 

그는 갑자기 자신에게 흉측한 날개가 돋아나는 것을 본다.

그는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는 것을 본다.

 

새로 돋아난 혐오스런 날개는 물갈취로 된, 발톱이 나 있는 깃털이 없는, 즉 박쥐의 날개였다.

 

비늘로 뒤덮인 옆구리는 얼룩무늬로 되어 있다. 이것은 위고에게 감옥의 쇠창살을 생각하게 한다.

 

스라소니, 말벌, 얼룩말같이 줄무늬가 든 옆구리

그의 비늘은 연기와 흑옥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기어다니는, 비천한, 점착성 있는, 혐오스런 파충류로 변신했다.

 

그가 기어가고 있었다. 점착성 있는, 흐끄므레한, 보이지 않게 된, 흐려지는 무한의 하수구의 거대한 파충류의 동물

 

사탄에게서, 인간적 얼굴이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가 엿보는 것은, 그의 인간의 얼굴이었다.

 

위고의 사탄은, 천사인 동시에 짐승인 인간과 유사하다. 즉 위고의 사탄은 인간적 사탄이다.

 

1-2. 악의 화신 사탄

 

위고에게 사탄은 하나의 상징, 즉 은유적 인물이다. 사탄은 악한의 심리학에 근거한 극적인물이다. 위고에게 있어 악인은 거의, 복수를 계속하는 질투하는 인물이다.

 

사탄은 바로 신을 질투함으로써 신에게 죄를 짓고, 그 죄의 무게로 말미암아 추락했다.

 

나는 질투한다. 나의 죄는 거기에 있었다.

 

신에 대한 복수를 위해 신의 창조물인 인간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인류에게 복수할 것이다. 그가 창조한 인간에게

 

우선 우상을 만들고, 인간으로 하여금 신을 의심하게 한다.

 

나는 신들을 창조할 것이다.

이 어두운 시대들이 유령 이시스-리리트를 숭배했다.

사탄이 어둠을 가지고 만든 여자괴물

현인은 신을 의심할 것이다.

 

우상숭배로부터 인류에 악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악이 인간들 속에 스며들었다. 어디로부터?

우상을 통하여

어두운 인간영혼 속에 무시무시한 숭배가 움푹하게 파는 악착스런 구멍을 통하여

사탄은 인류에게 부친 살해, 영아 살해를 가르칠 것이다.

 

분노한 입술을 한 재판관 앞에, 아들이

그의 속 속에

목 졸린 아버지의 흰 머리카락 몇 줌을 쥐고 나타날 것이다.

 

나는

그 어머니로 하여금 갓난아이를 변소에 내던지게 할 것이다.

 

인류 가운데 전쟁이 일어나게 하고 민중을 압제자에게 넘김으로 신을 괴롭힌다.

 

전쟁이 있다. 이제부터, 천년 이내에, 또는 내일

모든 전쟁이 인류 사이에 있을 것이다.

 

나는 압제자에게 넘겨진 민중들 속에서

신에게 고통을 주고자 한다.

 

인류가 신과 불화하고 살무사처럼 신을 배신하도록 하는 것은 사탄이다.

 

인간과 신 사이의 불길한 부딪히는 소리

 

인간은

살무사가 되고, 그 입은 물어 뜯는다.

주님의 발꿈치가 찔린 자국을 느꼈다.

 

인류가, 순수한 빛이고 정신인, 모든 영혼의 중심인 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영혼을 잃고 물질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인간의 영혼은 감소했다.

나는 영혼이 물질 아래서 몸부림 치기를 원한다.

 

물질은 사탄의 상징이다.

 

물질은 나의 표적을 이마에 가지고 있다.

 

이로써 인류는 신의 섭리에 있지 않고 사탄의 숙명안에 있게 된다.

 

1-3. 숙명의 여신 이시스-리리트

 

Ananke를 나타내는 이시스-리리트는 위고에게 강박관념처럼 떠나지 않는 주제이다. Charles Baudouin과 Claude Gely는 어린시절 위고가 그 어머니의 사랑을 박탈당하고 외국어를 말하고 검은 옷을 입은 코르시카 여자에게 맡겨졌을 때, 어머니의 대용품인 <무서운 어머니>를 위고가 좋아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이시스-리리트는 바로 이 크로시카 보모에 대한 무의식적 추억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시스-리리트가 상징하는 숙명은 개인적 경험을 넘어선 보편적 의미를 지닌다. 신의 법인 섭리가 고통을 통하여 인류를 속죄, 복권에 이르게 한다면, 숙명은 단지 인류에게 고통을 줄 뿐, 속죄나 복권을 불가능하게 하는, 무서운 어머니, 인간을 씹어 잘게 자르는 죽음의 탐욕스런 목구멍 일 뿐이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는 바로 숙명으로부터, 신의 섭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위고에게, 이시스-리리트는 사탄이 인류를 장악하기 위해 어둠을 가지고 만든 여자 괴물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여신으로 숭배한다.

 

그녀는 사탄이 빛나는 인도에서 이시스라 불린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이집트의 향이 그녀를 추종하고 있다.

 

이시스-리리트는 베일에 가려진 미지의 존재인데 베일 뒤에 죽은 자의 머리, 불로 된 골격을 지닌 유령이다.

 

그녀는 인류의 피를 마시는 흡혈귀이다. 불길한 숙명이 흡혈귀적인 탐욕을 나타낸다.

 

그녀는 한적한 숲 속에서 피를 마신다.

 

그녀는 신이 대홍수를 통하여 없애버리려 했던 악의 싹들을 간직하고 있다. 즉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이 사용한 청동 못, 나무 막대기, 그리고 철의 무기들이다.

 

아버지, 나는 죄의 세 싹들을 구했어요!

 

이시스-리리트는 움켜쥐는 발톱처럼 근질긴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 한번 내가 내 손으로 잡은 것을

나, 숙명은 절대 그것을 놓지 않아요.

 

이시스-리리트는, 천상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사탄에게 지옥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도록 부추긴다.

 

만족하세요, 당신이 다스리고 있어요

우리의 끔찍한 열기속에서 악이 주는 쓰라린 행복

 

그러나 그녀는 너무 자신을 과신했다.

 

나는 신을 이길 것이다.

 

자유의 천사가 나타났을 때 이시스-리리트는 그녀를 약한 존재로 보았다.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라, 푸른 하늘을 나는 개미들아,

맙소사, Leviathan이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곳에 모기가 들어오다니!

 

그러나 자유의 천사가 다가오자 이시스-리리트는 몸을 떨었고, 자유의 천사가 이마에 가지고 있는 별이 갑자기 커졌을 때 완전히 소멸되었다.

 

별이 태양이 되었을 때, 유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2. 지상의 지옥

 

사탄은 추락하면서, 신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했듯이, 저주로 이 땅에 악을 심었다. 그는 무저갱 속에서도, 신이 창조한 인류에게 악을 가르치고 퍼뜨림으로써, 신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인류를 사로잡기 위해 사탄은 어둠을 가지고 숙명의 여신인 이시스-리리트를 만든다.

 

이 이시스-리리트는 카인이 아벨을 죽일 때 사용했던 청동 못, 막대기, 돌을 가지고 인류를 그녀의 노예로 만들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지구밖의 지옥은 지구 상에 옮겨지고 지상은 온갖 지옥의 이미지들로 가득차게 된다. 이러한 지옥의 이미지들은 [징벌시집]에서 이미 예고되었고 [레미제라블]의 수도원과 하수도의 일화에서 다시 발견되는 것들이다.

 

지배적인 이미지는, 절단, 파괴 의 주제에 소화의 주제가 결합된 식인귀의 이미지이다.

 

여기에 Gaston Bachelard가 [로트레아몽]에서 지적한 공격성과 잔인성의 수단인 동물의 이빨, 발톱, 부리의 이미지가 첨가된다.

 

[징벌시집]과 [레미제라블]의 하수도 이미지에서 발견되었던 악취와 부패가 종기의 공포로, 지독한 번식력이 지나는 과도한 증가로 나타나며, 쇠사슬, 쇠고리, 독방, 감옥, 쇠, 쇠창살, 빗장, 포로 등이 유폐, 감옥의 강박관념을 표현하고 있다.

 

2-1. 전쟁

 

악의 정신은 니므롯을 통하여 인류 속에 전쟁이 나타나게 했다. 니므롯의 칼을 인하며 전쟁은 유령과도 같이 고개를 든다.

 

가혹한, 무시무시한, 추악한, 녹슨 이 칼 뒤로

전쟁이, 잠깬 목인처럼 일어나,

유령 같은 얼굴을 지평선 위로 쳐든다.

 

위고는 인류에 있어서 전쟁의 근원을 적대적 형제의 모티브인 카인에게서 발견한다. (영원한 카인이, 언제까지나 아벨을 죽인다.) 니므롯의 칼은, 카인이 아벨을 죽일 때 사용한 청동 못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강도에게 소용되었던 청동 못

너는 칼로 불릴 것이며, 너는 전쟁이 될 것이다.

 

이 전쟁-유령은 니므롯 곁에 있었고 니므롯은 전쟁의 화신으로 공포와 죽음, 모욕, 그 자체였다.

 

그는 공포, 죽음, 모욕이었다.

그의 이마 위에 두려움이 입 맞추었다.

 

니므롯의 환관인 자임은 악의 정신의 화신으로 나타난다.

 

환관은 그에게 저질러야 할 악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가 니므롯을 전쟁의 화신으로 삼고 전쟁을 일으키고 죽음을 퍼뜨린다. [CEUX QUI PARLAIENT DANS LE BOIS]에서 자임의 독백을 통해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니므롯이여 사냥하라, 칼에게 ‘마셔라’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나다.

그리고 전쟁을, 무릎을 쑤셔 일어나게 한다.

 

나는 무의 끔찍하고 비어있는 항아리이다.

나는 죽음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칼이여, 청룡도여 급속도로 번식하라.

 

여기서 전쟁의 난폭성과 잔인성은 파충류 동물군의 깨무는 아가리로, 나타난다.

 

인도사람, 힌두교도, 오스크사람, 앗사리아 사람이

이브가 사과를 깨물듯이, 살을 깨물었다.

 

금빛 들판은 지옥의 아가리로 변했다.

 

배들은 기형의 주둥이들을 가지고 서로 물어뜯는다.

 

또한 전투는 벌레들의 우글거림으로,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황폐하게 하는 놀라운 식성으로 나타난다.

 

전쟁이여,

가라! 벌레인 전투들이 우글거리게 하라.

먹어라! 야영지들과 벽들과 움직이는 수레들을 먹어라.

돌탑들과 살아있는 복부들을 먹어라.

신들을 먹고, 왕들도 먹어라. 일하라.

일꾼을, 보습을, 이삭을 지푸라기를, 들판을 먹어라.

꿀벌을 먹어라, alcyon을 먹어라

창조의 열매를 먹는 거대한 벌레가 되어라.

 

전쟁에 내맡겨진 인류는 흡혈귀, 식인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제 전쟁은 그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의 피를 마시고, 그것이 맛있다고 생각했으므로

 

지상의 모든 것이 서로 물어뜯을 때

그리고 모든 니므롯들이 서로 먹고 먹힐 때 어떤 광경일까?

 

2-2. 문둥병

 

위고는 흔히 삶을 위협하는 <정신적 사회적 유해성>과 감염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부패성>을 그의 병리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표현하곤 한다. 그 중 <나병>은 팽창하는 종기와 지독한 번식력으로 인해 [징벌시집]의 하수도의 이미지, [레미제라블]의 Petit-Pictus 수도원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악 자체를 형상화하는 [사탄의 종말]속에서 나병은 인류에게 고통을 주는 숙명의 구체적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숙명의 인류에 대한 유해성은 동물적 잔인성으로 표현된다. 동물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동물적 공격 수단으로 이빨과 발톱을 발견할 수 있다.

 

나병은 갉아서 갈갈이 찢는 쥐이다.

 

나병, 죽음의 동굴 속의 흉측한 쥐는

나를 갉아먹는다. 나는 갈가리 찢긴 육신을 가지고 있다.

 

Bachelard는 공격수단으로서의 이빨의 으깨는 기쁨을 설명한다.

 

개들이 단 한번의 턱의 움직임으로 두꺼비들을 으깰 때, 마찬가지로, 전적이고 단순하며 성공적인 몸짓이 완성된다.

 

지상의 양식의 한 방식, 언제나, 달콤함 없이, 으깨는 기쁨속에

발견되는 살과 두개골로 이루어진 양식

 

그러나 Lautreamont의 으깨는 이빨의 잔인성이 일순간에 끝나는 데 비해 갉아먹는 이빨의 공격성은 지속적이다.

 

또 나병은 짐승의 움켜쥐는 발톱이다.

 

Bachelard에 의하면, 발톱은 겁 많은 어린이의 첫번째 강박관념이다. 발톱은 공격의지의 상징이다. 공격 의지는 고통과 기쁨의 이중성 속에서 활기를 띤다.

 

내 주인의 발톱들이 그 청년의 양쪽 어깨로부터 떼어낸 찢어진 살점 조각들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발톱, 집게발, 집게 발톱 등은 일원적 의지를 가지고 움켜쥔다. 움켜쥐고, 찢고, 살에 상처를 낸다. 단 내장에 손상을 주거나 치명적 상처를 내지 않는다. 이 점은 위고의 문둥병의 이미지와 일치한다. 숙명 또한,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문둥병은 산채로 인간에게 죽음을 맛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더러운 짐승들에게 산채로 잡아먹히게 한다!

 

[징벌시집]과 [레미제라블]의 하수도 벽면에서 발견되는 종기의 공포와 번식력이 지니는 과도한 증가, 그리고 부패에 따른 악취가 숙명의 지배 아래 있는 인류의 지옥적 이미지를 표현한다.

 

수풀들이 내게 가지고 있는 싹들이, 농포로 자라난다.

 

나는 악취나는 입김이고, 독이 있는 감촉이다.

낮에는 비굴이고 밤들의 악취이다.

 

3. 감옥

 

어린 시절 침대 위에 걸려 있었던 [La Tour des Rats]를 표현한 판화는 그 뒤 위고의 주체적 상상력에 부인할 수 없게 인각되었다. 사악한 수도사 Hatto가, 마을 사람이 모두 죽은 뒤, 돌연 나타난 쥐들의 위협을 피해, 라인강 가운데 세운 탑의 지하감옥은, 위고의 작품 속에서 줄거리의 중심을 이루는 유폐, 지옥속으로의 금고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형수 최후의 날], [Claud Gueux], [Marie Tudor], [Notre-Dame de Paris], [Les Burgraves], [레미제라블], [사탄의 종말], [웃는 남자] 등은 감옥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한 위고는 실증적인 감옥의 묘사를 통해, 그 잔인성을 폭로하고, 자신의 보편적 용서의 철학에 이끌려 감옥의 폐지를 구상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장차 위고로 하여금 영벌이라는 기독교의 개념을 거부하도록 할 것이다.

 

위고가 감옥의 주제에 집착하는 만큼 이 주제에 해당하는 일련의 이미지들이 있다.

 

위고는 [사탄의 종말] 제3권에 [La Prison]의 제목으로 짧지만, 집약적인 이미지들을 전개하고 있다. [Mausethurm] 즉 [쥐들의 탑]을 암시하는 그 자체가 고통의 도구인 탑

 

탑은 가혹하고 검었다. 위에서 아래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고통을 주는 도구이다.

 

탑 속에는 사로잡힌 자가 서서히 죽어가는 지하 동굴에서부터, 7월에는 질식하고 12월에는 추위에 떠는, 지붕 빝의 구멍까지 각종 독방이 있다.

 

각 방은 고문에 유용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감옥은 달리 사슬로 표현된다. 프로메테우스를 묶었던 거대한 사슬은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고 구속하는 사슬이 되며, 특히 인간을 공간적으로 구속할 뿐 아니라, 돌이킬 수 없게, 인간에게서 시간을 빼앗아 간다.

 

무시무시한 원, 프로메테우스를 묶는 거대한 사슬,

그것이 시간을 둘러싸고 있고, 보기에도 괴물스럽게,

그것의 두 끝으로, 검은 박공아래,

얼굴을 찌푸리고, 돌로부터 나오려 애쓰는 죄수의 이상하고 우울한 입상을 붙들고 있다.

이 입상은 두 이마를 가졌다. 젋은이의 이마와 노인의 이마.

 

쇠사슬에 묶인 시계판 위의 시계 바늘은 바스티유 감옥이 죄수에게 하는 일을 가리키는 무서운 손가락이 된다.

 

바스티유 감옥이 어둠속에서 죄수에게 하는 일을 가리키는 침침한 바스티유의 무시무시한 손가락을 보는 것 같다. 무서운 손가락은 “여기에서는 발걸음이 떨린다. 검은 머리카락이 흰 머리카락이 된다”고 말한다.

 

감옥은 지상의 지옥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여기서 더 이상 심연 속의 꿈일 뿐이다.

여기에 들어오는 것은 망각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음울한, 저주받는 자는 그의 도형장이 지옥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한다.

 

또 감옥은 절단하고 씹고 집어 삼키는 식인귀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밖에서 볼 때 검은 감옥은, 안에서는 눈이 멀었다.

감옥은, 인간들을 보지도 않은 채, 그들의 그의 이빨 속에 붙잡고

그들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그들을 씹고, 집어삼킨다.

 

3. 지옥의 소멸

 

[사탄의 종말]에서의 사탄은, 악 속에서 굳어진 전통적 사탄과 전혀 다르다. 즉 그는 빛의 천사인 루시퍼의 일시적 변신이며 전적으로 악하지는 않다.

 

나아가 그는, 다른 범죄자들처럼, 후회를 하고, 고통당하며, 그의 죄를 속죄하고, 신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위고는 이시스-리리트나 자유의 천사와 마찬가지로 사탄의 존재도 믿지 않았다. 단지 그는 그가 창조한 신화를 통하여, 악은 전적으로 소멸한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한다.

 

3-1. 사탄의 정신적 상승

 

오랜 절망적 상태 속에서, 사탄은 피할 수 없이 신의 사랑과 신의 빛을 그리워하게 된다.

 

지옥에 갇힌 사탄은 다시 하늘에 올라 갈 수 없음을 한탄한다.

 

내가 다시 올라가기를 원할 때, 다시 올라갈 수 없는 것

 

햇빛이 전혀 없는 밤의 불행, 빛을 사랑하면서도 어둠에 머물러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고통스러워 한다.

 

밤의 불행은,

빛을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밤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을, 지옥 끝까지 추락시키고, 지금도 그를 짓누르고 있는 죄의 무게로 인하여 고통받는다.

 

이 위대한 추락자는

그의 죄의 무게에 의해 이끌린다.

 

천정점에서부터 천저까지 악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무엇보다 영원히 눈을 뜬 채로 휴식없이 밤을 새우는 불면의 고통이 사탄을 괴롭히고 있다.

 

밀물에서 썰물까지 봄에서, 겨울까지

자, 당신은 눈을 뜨고 있는 사탄을 발견할 것이다.

 

아! 한 순간만이라도 잠을 잤으면!

 

결국 사탄은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영원히 비참한 자이다.

 

자유의 천사는 고통스러워하는 사탄에게 그의 과거의 대천사의 영광스런 모습을 회상시킨다.

 

아! 내가 너의 날개에 섞여있었을 때 사탄은 여명과 광대함 속에서 얼마나 멋진 천사였나!

 

너의 머리카락은 금빛이고 초자연적이었다.

찬란하게 흔들리고, 머리카락 뒤로, 밤속에, 빛의 홍수가 있게 했다.

 

오열하는 사탄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어둠속의 사탄의 오열이 계속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은 사탄에게 정신적 상승을 가져다 준다. 위고는 고통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더 높은 의식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전망에서, 속죄는, 감옥의 이미지에의 초월을 내포한다.

 

그런데, 이미 물질이 되어버린 사탄이 하늘을 엿보기 위해서는 몽상의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왜나하면 아버지, 당신의 눈에는 더 이상 몽상의 상태에서만

하늘이 반쯤 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든 사탄의 내면에서 선과 악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악마는 밝아졌다가 희미해졌다, 그의 얼굴은

어두운 전투의 장과 같았다.

선과 악은 그의 얼굴 위에서 서로 싸우고 있었다.

 

죄로 말미암아 사라졌던 영혼이 다시 나타남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무거운 속눈썹아래로

우리는 이 미지의 영혼에서 나오는 빛들을 보았다.

 

결국 사탄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내가 내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내 위에 얽혀 있는 이 모든 심연들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

 

추악의 원인, 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포로라면, 그는 감옥, 우물, 지옥

빗장, 사슬의 포로가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가슴의 포로이다.

 

그리고 사탄은 지옥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 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신적 사랑에의 그리움을 빛에 대한 갈망으로 표현한다. 그에게 신은 빛, 불, 생명이다.

 

빛이여! 모든 정신의 약혼녀,

태양이여! 모든 사상의 불,

생명이여,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내가 당신을 찾습니다.

 

3-2. 자유의 천사의 출현

 

사탄의 구원을 야기하는 것은 바로 자유의 천사이다.

 

타락한 존재의 속죄를 위해 순수한 존재의 구체적 하강이 필요하다.

 

그녀는, 그 처녀는 하늘의 빛이 빛나는 그녀의 커다란 날개를 폈다.

그리고 조용히, 이 무시무시한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위고에게 속죄적 존재는 처녀의 성격을 지닌 존재이다. 처녀성이 더럽혀진 존재들을 속량하는 힘을 부여한다.

 

이 사랑스런 처녀가 말을 할 때,

잠자는 갓난 아기에게 방울방울

젖을 흘리는 가슴처럼

 

자유의 천사는 어두운 아버지 사탄의 빛나는 딸이다. 눈물과 기도로 속죄의 힘을 이끌어 낸다.

 

나는, 추방된 당신에게 기도하러 왔어요, 더럽혀진 당신을 눈물로 씻어주러 왔어요, 나는 무릎을 꿇습니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딸 코제트의 순수함에서 구원을 얻으려 하며 그녀를 마리우스에게로 떠나 보내기를 망설인다. 또한 순수한 존재에 의한 구원은 위고 자신이 그의 맏딸 레오폴딘에게서 아주 내밀하게 체험했던 감정이었다.

 

또한 속죄적 존재는 날개를 지닌 존재이다. 날개는 자유의 상징이다. 루시퍼의 날개로부터 빠져나온 흰 깃털은 신으로부터 자유란 이름을 부여받은 젊고 아름다운 천사가 된다. 그녀는 그녀가 인류를 해방하고, 모든 것을 구원하는 것을 사탄이 허락하기를 요청한다.

 

신은 내게 자유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내게 해방을 주세요!

 

나로 하여금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당신의 축복받은 한쪽인 나로 하여금, 모든 것을 구하게 하세요!

동의하세요!

 

주목해야 할 것은 위고에게 자유의 천사는 대혁명의 비유이다. 진보를 위해 사용되는 폭력이 악마의 번쩍거림을 통한 대천사의 광휘로 보여지듯이 대혁명은 악과 선, 대천사와 악마, 지옥의 대중과 그리스도적 대중이 동요하는 결합이다. 마찬가지로 자유의 천사는 추락하는 루시퍼의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과 그 위에 내린 신의 시선으로부터 태어난, 신과 사탄의 딸이다.

 

신은 그녀의 이마에 별이 피어나게 했다. 이 별이 커져서 지옥을 빛으로 가득히 채운다. 어둠은 빛으로 대체된다.

 

그녀가 이마에 가지고 있던 별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해서

새벽빛으로 어두운 그늘을 가득 채운다.

 

끈질긴 흡혈귀인 이시스-리리트, 인류를 지배하던 숙명도, 빛이 커질수록 약해지다가 마침내 소멸된다.

 

천사의 빛에 의해 침식당한 유령

광선들이 펄럭거리는 무시무시한 수의를 집어삼켰다.

별이 태양이 되었을 때 유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창궐하는 어둠의 세력에 의해 침식되고 사라졌던 빛의 이미지가, 다시 세력을 얻고 이번에는 역으로 어둠을 침식하고 집어삼키는, 이미지의 역전을 발견한다. 위고에게 가치적인 빛의 이미지가, 반가치인 어둠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3-3. 사탄의 구원

 

[영원한 지옥은 없다]라는 명상시집의 어둠의 입이 한 위대한 말은 이미 사탄의 구원을 예고하고 있다. 지옥 자체는 소멸되고 사탄은 구원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사탄의 종말]의 마지막장 [지구밖에서]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타난 [신이 무한속에서 말한다]에서 위고가 지녀온 사회적 이상, 형이상학적 꿈들이 마침내 유토피아로 실현됨을 볼 수 있다. 즉 빛나는 미래, 보편적 도약, 인류의 개화라는, 공화주의적인 인류 진보의 이상은 악의 완전한 소멸을 내용으로 하는 [보편적 용서]의 신념과 긴밀하게 연관지어져 있다. 그에게 진보는, 악에서 선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무에서 신에게로 향하는 여정이며, 사탄의 구원으로 집약되는 [보편적 용서]의 개념 없이는, 사탄으로부터 인류에게로 스며든 죄악의 완전하고 영원한 소멸은 보장되지 못하며 따라서 공화주의적 이상은 그 실현이 불가능하게 된다.

 

대혁명의 비유로 표현된 자유의 천사 속에서 사탄은 신과 화해하게 된다.

 

자! 자유천사는 너의 딸인 동시에, 나의 딸이다

숭고한 부성이 우리를 결합한다.

 

자유의 천사가 인류의 차원에서 완수한 구속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통해 우주적 구원으로 확산된다.

 

그녀가 이룩한 것이 너를 속량했다.

너에 의해 묶인 인간이, 그녀에 의해 해방되었다.

 

파괴된 감옥이 지옥을 소멸한다.

 

사탄은 용서받고 대천사로 다시 부활한다.

 

오 사탄이여, 너는 이제 ‘나는 살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대천사는 부활하고, 악마는 끝난다.

 

여기 모든 음산한 지옥의 이미지들을 청산하는, 해방, 상승, 빛의 이미지가 결합된 천상적 이미지가 나타난다.

 

부활하라, 오 천상의 루시퍼여

자! 이마에 여명을 달고, 어둠 밖으로 상승하라.

 

이로써 지옥도 없어지고 이시스-리리트도 없어지고 사탄도 죽었다.

 

자유의 천사가 나타내는 빛의 이미지가 지옥의 어둠이 이미지를 물리치고 승리했으며, 추락하는 사탄의 혐오스런 모습은 빛나는 대천사 루시퍼의 이미지로 대체된다.

 

4. 결론

 

이상에서 사탄의 추락에서부터 대천사의 상승에 이르는 이미지들의 전개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이미지들을 변화시키는 위고의 역동적 상상력을 추적해 보았다. 이미지는 그 본래의 속성으로서 이가성을 지니며 반가치와 가치의 투쟁속에서 반가치의 저항을 극복하고, 가치가 승리해 나감에 따라 이미지의 고유한 미래가 창조된다.

 

상상하는 주체로서의 위고의 보편적 공화국의 도래, 인류의 진보, 사탄의 구원으로 집약되는 보편적 용서에의 신념이 [사탄의 종말]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의 미래를 결정한다. 도처에 깔려있는 어둠과 숙명의 지배, 인류 속에 스며든 모든 악들, 전쟁, 질병, 감옥이 나타내는 모든 지옥적 이미지는 빛나는 자유의 천사의 천상적 이미지에 의해 쫒겨나고 소멸된다. 그리고 추락한 대천사 루시퍼는 시에 의해 용서, 복권되어 상승한다

 

이처럼 위고의 상상력에서는 언제나 위고의 의지에 따라 가치가 반가치에 대하여 승리하며, 이러한 승리의 결과로 위고의 상상력은 어떠한 장애도 극복하고 그가 바라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

 

위고의 역동적 상상력은 무엇에서부터 비롯되는가?

 

앞에서, 조국의 암울한 정치상황이 오히려 위고로 하여금 예언자적 비전을 가지게 했고, 망명자의 고독이 그의 시야를 범우주로 향하ㅓ게 했던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조국의 현실이 암울하고 시인의 처지가 망명자이기만 하면, 모든 시인이 현실을 극복하고, 빛나는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게 될 것인가?

 

그로 하여금 현실의 실증적 논리 – 나폴레옹 3세의 독재, 자신의 망명자로서의 처지, 사회적인 병리현상들 – 를 뛰어넘어 저 너머에 숨어있는 신비를 꿰뚫어보고 그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의 상상력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위고의 환상가적 능력이다. 그것은 감각적으로 보는 것을 그만두고 정신적으로 보는 것이며, 여러가지 형태들이 서로 섞이고 어렴풋해지고 사라지는 어둠 속으로의 잠수와도 같다. 위고 자신이 몽상과 관조를 [그곳으로부터 빛이 나오게 할 만큼 어둠을 쳐다보는, 이러한 특성을 가진 시선]으로 정의할 때 그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실제를 해독하는 자신의 능력을 지적하는 말이다.

 

그리고 위고는 이러한 몽상과 관조를 통해 신비를 엿보는 초월적 상상력을 가지고, 그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예언자로서의 시인의 사명을 담당한다.

 

상상의 능력은 지각에 의해 제공된 실용적 복제를 변형하는 힘이며, 상상한다는 것은 현실을 떠나 새로운 삶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사의 산물인 시를 통해, 시인은 독자를 보다 높은 차원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대혁명 이후, 피와 혼란으로 점철되는 역사 속에서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의한 제 2제정의 도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위고는 이 혼란과 암흑의 시기에 빛의 승리를 예견하고 프랑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실로 예언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현실 너머의 신비를 꿰뚫고 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위고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시인의 사명이었다.

 

결국, 모든 지옥적 이미지들을 몰아내고 천상적 이미지들을 승리케 하는 위고의 역동적 상상력은, 그것이 위고의 환상가적 능력과 예언자로서의 사명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https://cafe.naver.com/purifymoon/5554

 

[사탄의 종말]에 나타난 위고의 역동적 상상력 연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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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fe.naver.com/purifymoon/5558

 

[사탄의 종말]에 나타난 위고의 역동적 상상력 연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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