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 고대의 비의를 찾는 과정
연금술의 핵심과 현자의 돌 = 철학자의 돌에 대한 부분이 꽤 잘나와 있어 올려봅니다.
연금술을 알고 철학자의 돌을 제조하는 방법들을 알고 있다면......
제조해보거나 그와 유사한 작업을 해보았다면 이 내용이 가리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유럽편 P468
연금술, 고대의 비의를 찾는 과정
새로운 인간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은비주의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도 연금술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근대 화학의 초석임과 동시에 미신과 비과학의 상징이기도 한 연금술은 한때 중세 유럽을 풍미하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연금술의 주된 목적은 납 등의 흔한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마법 이야기에 나올 법한 기상천외한 촉매 물질을 넣는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되는데, 실제로 금을 만들었다는 기록은 없고 현대 과학에서는 명백하게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물질의 화학 반응을 접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화학의 발전에 크게 일조한 공로는 인정받고 있다.
이 연금술과 성당기사단, 장미십자회, 프리메이슨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연금술의 실제 목적이 단순한 금 만들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해리포터>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잘 묘사하고 있듯이 연금술은 사실 현자의 돌이라는 특수한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며 납을 금으로 바꾸는 것은 이 물질이 가진 특성의 한 측면일 뿐이다. 이 물질의 보다 핵심적인 기능은 인간을 늙지도 죽지도 않게 만드는 것이다. <해리포터>에서의 이미지와는 달리 현자의 돌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의미에서의 불로불사와는 다른데, 이를 먹은 사람은 보통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양성구유, 즉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것인데 양성의 성기를 갖는 차원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성의 통합의 의미로 보다 철학적인 개념이다. 요컨데 현자의 돌을 통해 연금술사들이 추구했던 것은 금을 통해 재산을 늘리는 것도 아니요, 단지 늙음과 죽음을 방지하기 위한 조제법을 찾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인간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마치 화학 물질들이 서로 반응하면서 전혀 다른 물질로 변하듯이 스스로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를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을 초월해 우주의 진리를 깨우치는 것이 바로 연금술의 최종 목표였다. 쓸모없는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현자의 돌에 보통 인간을 초월적인 존재로 변환시키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믿었다.
이런 거창한 목표가 있었기에 수은과 납 중독으로 죽어가면서도 수많은 사람이 여기에 몇 백년간 매달렸던 것이다. 연금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에는 중세 최고 지성인이었던 토마스 아퀴나스나 로저 베이컨 등이 있으며, 특히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17세기의 아이작 뉴턴은 만년에 진지하게 연금술에 몰두하기도 했다.
요한 발렌틴 안드레는 이전에 이미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의 화학적 결혼>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던 적이 있는데, 화학적 결혼이라는 말은 연금술 용어다. 연금술사들은 금속 간의 결합을 결혼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장미십자회도 연금술사상과 관련이 있음이 분명하다. 골든 로젠크로이츠에 의하면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는 화학적 결혼, 즉 연금술을 통해 새로운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현자의 돌을 사용해 질적으로 변화한 인간, 연금술의 최종 결과로 완성된 새로운 인간을 상징한다. 로젠크로이츠는 아랍과 이집트 등을 다니며 고대의 비의를 전승받았다고 하는데 그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면 이 일대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 경우라면 로젠크로이츠 자체가 아랍과 이집트에서 전해온 고대의 비의를 상징하는 존재가 된다.
연금술은 중세의 금 만들기 실험은 물론 불로초 찾기 작업도 아닌, 잊힌 고대의 비의를 찾아나가는 하나의 방편이었다. 인간을 초월하는 모종의 능력을 허락했던 잊힌 비밀, 인간과 신이 같이 어울리던 황금시대를 되찾아줄 초월적인 지식과 능력은 이 현자의 돌이라는 정체불명의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는 다시 돌의 키워드를 만나게 된다.